올해 5월 대구 제50보병사단 강철성당 세례식에서 세례 받는 병사들의 대부를 서고 있는 민간 본당 신자들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 제공
‘새로운 도전’은 시행착오를 겪기 마련이고 힘겨운 일이지만 뒤따라오는 이들에게 발자취를 남긴다.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회장 박상범, 담당 이수승 신부)는 전국 군종후원회 최초로 ‘세례 병사 대부 서기 운동’을 전개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세례 병사 대부 서기 운동은 군종후원회 회원을 포함한 민간 본당 신자들이 세례를 받는 병사의 대부가 돼 주는 활동이다. 군 입대 후 주로 신병교육대(훈련소)에서 5주 내외의 예비신자 교리를 받고 세례를 받는 병사들은 부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를 설 신자 병사가 턱없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자 병사 1명이 보통 3명 이상의 대부를 서는 일이 심심치 않게 생긴다.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 회장으로 지난해 1월 부임한 박상범(시몬·59·대구 대명본당) 회장은 그해 2월 충남 계룡대 삼위일체성당에서 열린 한국가톨릭군종후원회 전국총회에 처음으로 참석해 매해 평균 2만5000명 안팎의 병사들이 세례를 받는다는 보고를 듣고 ‘대부는 누가 서고 대부·대자 관계는 어떻게 유지되나’ 하는 의문을 갖게 됐다. 전국 20대 청년 세례자의 약 80%가 군복무 중 세례를 받을 정도로 군대는 ‘선교의 황금어장’이라 불리고 있지만 신병교육대(훈련소)에서 세례를 받고 자대에 배치되면 병사 세례자 대부분이 대부와 대면할 기회가 사라지는 것이 현실이다.
가톨릭대사전과 교회법(872조, 892조)에 의하면 세례 대부는 ‘세례성사를 받는 자와 신친(神親) 관계를 맺어 신앙생활을 돕는 후견인’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군종교구에서 세례를 받는 병사들의 경우 짧은 교리 기간과 부대 이동이라는 특수상황으로 인해 대부·대자 관계가 세례식 당일 이상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다.
박 회장은 군종교구에서 세례 병사 대부 서기 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해 온 오정형 신부(국방부 군종정책과)를 만나 의기투합해 대구대교구 내 군부대인 육군 제50보병사단 강철본당과 제2야전수송학교 남천공소에서 대부 서기 운동 계획을 구체화했다.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는 50사단 입대자의 경우 대구 지역 출신이 절반이 넘고 신교대를 나온 후에도 절반은 대구에서 군생활을 해 2015년 1년 동안은 대구대교구 지역 출신 세례자를 중심으로 대부 서기 운동을 전개했다. 그 과정은 끊임없는 기도와 커다란 인내가 요구됐다. 50사단과 제2야수교 세례식이 열리는 주일미사를 앞둔 수요일에 군종병이 세례자의 입대 전 주소를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에 알려오면 그때부터 세례자 주소지를 관할하는 본당을 찾고 사무장과 구역반장, 사목위원, 레지오 마리애 간부 등에게 전화 연락을 시작했다. 대부 한 명을 구하기 위해 최소 10통 이상의 전화를 돌렸고 세례자가 20~30명이 되는 주에는 박 회장은 생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갖은 우여곡절과 시행착오를 거쳐 이제는 대구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의덕의 거울’ 세나뚜스, 지역별 꼬미시움과 꾸리아 조직을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활용해 시스템화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지난해 3월 경부터 올 상반기까지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에 병사 세례자 대부로 참여한 민간 본당 신자는 130여 명이다.
뚜렷한 성과라고 하기에는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다른 교구에도 모범이 될 수 있다는 분명한 의미는 찾을 수 있다. 대구대교구 군종후원회는 올해부터는 타 지역 출신 병사들까지 대자 범위를 확대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