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서 8장에 보면 이런 말씀이 나옵니다.
“누가 감히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있습니까? 환난입니까? 역경입니까? 박해입니까? 굶주림입니까? 헐벗음입니까? 혹 위험이나 칼입니까?”
이런 것들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자신만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떼어 놓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미움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우리의 미움이 깊어지면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부터 떼어 놓을 수 있습니다.
이어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랑하시는 그분의 도움으로 이 모든 시련을 이겨 내고도 남습니다.”
바오로 사도의 말씀이 헛된 말씀이 아니라면, 그래서 우리가 그리스도의 도움으로 환난, 역경, 박해, 굶주림, 헐벗음, 위험이나 칼의 시련을 이겨 낼 수 있다면, 미움에 대해서는 어떨까요?
우리 안에 있는 용서하지 못하는 마음도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의 도움으로 이겨 낼 수 있겠습니까? 우리의 지독한 어려움을, 용서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 마음을 예수님께 솔직히 열어 보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의 어려움을 우리의 기도 안에서 주님께 실제로 말씀드릴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떻게 할 것인가? 먼저 나를 힘들게 하는 그 상황들 중에서 대표적인 장면을 하나나 둘 정도 고르고, 주님의 현존을 의식하면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주님께 이렇게 말씀드려 보십시오.
“주님, 당신께서는 저를 사랑한다고 하시더니, 왜 저에게 이렇게 힘든 시간을 허락하셨습니까? 언제나 저와 함께 해주신다더니 왜 이 순간에는 저를 혼자 버려두셨습니까? 도대체 저를 사랑하시는 것 맞습니까?”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서 주님께서 나에게 뭐라고 응답하시는지 들어보십시오.
이 기도를 할 때 주의할 점은 ‘나에게 이런 응답을 주실 거야’하고 미리 지레짐작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해주시는 말씀을 듣는 것과 내가 추측해낸 답을 얻어가는 것은 차원이 다르지요. 하느님께서 말씀해주시고 보여 주시는 답을 얻어 가려고 애써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내가 열렬히 온 마음을 다해 기도했는데 하느님께서 대답하지 않으시면 어떻게 하지요?
아주 간단합니다. 하느님께서 답을 주실 때까지 기도하십시오. 나의 마음을 다 내려놓을 때쯤 해서, 내가 하느님의 답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을 때쯤 해서 하느님께서 답을 주실 것입니다.
제가 사제생활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한 문제가 한 사람의 일생동안을 쫓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생활할 수 있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미움이 불쑥불쑥 튀어 올라와서 자신의 삶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을 수 있는 거지요.
여러분이 용서하지 못해 어려워하는 지독한 문제가 있다면 여러분의 기도생활 안으로 가지고 와서 주님께 꼭 말씀드리십시오. 그리고 그분의 말씀을, 응답을 들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