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심여중고 학생·학부모·교사 1570명, 국회에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 입법청원서 제출
‘청소년 교육 vs 합법적 도박’ 무엇이 우선인가
서울 성심여중고 학생들과 교직원, 학부모들이 7월 18일 국회에서 용산 화상경마장 추방을 요구하며 입법청원을 하고 있다. 서울 성심여고 이병훈 교사 제공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 논란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2013년 4월 서울 용산 전자랜드 옆으로 화상경마장이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촉발된 논란은 지역사회와 교육계, 종교계, 시민단체의 줄기찬 반대 속에 지속돼 왔다.
지난 7월 18일에는 용산 화상경마장으로부터 불과 215m 떨어져 있는 성심여자중고등학교 학생과 학부모, 교사 등 1570명이 서명한 입법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해 화상경마장 논란이 재점화됐다. 입법청원의 핵심 내용은 교육환경보호법과 학교보건법 등 4개 법률을 개정해 학교 주변 교육환경을 도박·사행 산업으로부터 보다 강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산 화상경마장 논란은 청소년들의 교육권과 법을 앞세운 합법적 도박 중 무엇을 우선할 것이냐로 모아진다. 용산 화상경마장 반경 500m 안에는 계성유치원과 성심여중고, 원효초등학교 등 교육기관이 6곳이나 된다.
용산 화상경마장에서 10여m 떨어진 곳에 설치돼 8월 5일로 927일째 천막노숙농성이 이어지고 있는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대책위원회’(이하 화상경마장 대책위) 텐트에는 ‘도박장 OUT, 학교 앞 도박장 자손만대 후회한다’, ‘도박과 교육은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원효초등학교 학부모회는 용산 화상경마장 정문 앞에 ‘교실에서 마주 보이는 화상경마도박장, 아이들을 도박 꿈나무로 양성하려는가?’라고 적은 현수막을 걸었다.
화상경마장 대책위가 지난해 9월 펴낸 「용산 화상경마도박장 추방 운동 3년의 기록」의 부제는 ‘교육과 도박 무엇이 우선인가’로 청소년 교육권 보장을 위해 화상경마장이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가톨릭교회의 입장도 교육계나 시민사회계와 다르지 않다. 서울대교구 제1중구-용산지구 소속 16개 본당은 2014년 8월 8일 발표한 ‘화상경마장 철수에 대한 대국민 성명서’에서 “화상경마장이라는 한탕주의와 쾌락에 빠져 영혼을 황폐하게 만드는 도박장을 설치하고자 기획하고 추진한 관련자 모두는 이 모든 일을 백지화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이곳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1중구-용산지구 본당 사제들은 매주 금요일 오후 5시 화상경마장 대책위 텐트 근처에서 화상경마장 이전을 요구하는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화상경마장 대책위 텐트를 지키던 성심여중 졸업생 학부모 강진이(44)씨는 “초중고등학교에서 바라다보이는 곳에 화상경마장이 위치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청소년들의 인성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용산 화상경마장 주변에는 경마장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흥업소, 일수나 사채 같은 대출업체들이 늘어난 모습을 볼 수 있다.
용산 화상경마장은 한국마사회가 지난해 5월 31일 기습개장하면서 영업을 시작했다.
현재 지하 7층, 지상 18층 등 총 25개 층 가운데 5개 층만 경마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당초 건물 전체를 경마장으로 사용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개장 이후에도 매주 금요일마다 화상경마장 철수를 요청하는 미사가 봉헌되는 등 사회 전 방위적인 반대에 부딪히자 경마장 공간을 더 이상 확장하지 못하는 상태다. 또한 한국마사회는 용산 화상경마장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경마장 안에 키즈카페 개설, 용산 지역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지급 사업을 벌였지만 지역 교육계와 주민들, 용산구청의 반발로 제대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
박상훈 신부(예수회)는 8월 5일 용산 화상경마장 옆에서 봉헌된 미사 강론에서 “사람의 이기심을 부추기는 화상경마 도박장이 학교 밀집 지역에 위치해서는 안 된다”며 화상경마장을 지금이라도 이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