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주변에 취객들이 돌아다니고 일수·급매 등의 내용이 담긴 전단지들이 길거리에 뿌려지는 가시적인 문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바로 ‘무관심’입니다.”
서울 성심여자고등학교 학생회장 조선영(로사·16)양은 3년 전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현재까지 ‘용산 화상경마장 이전’ 사태를 지켜봐왔다.
반대 집회가 있었던 초창기에는 ‘촛불시위’와 ‘문화제’ 등을 통해 중고등학생들도 화상경마장 입점 철회를 촉구했다. 집회 열기가 한창 가열될 땐, 교사들이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사회 측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데 집회 횟수가 점차 줄어들고 직접적으로 보이던 갈등이 내부로 스며들면서 관심도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화상경마장 입점 추진 당시 재학 중이던 학생들이 졸업하고, 새로운 학생들이 입학하면서 문제를 공감하지 못하거나 문제적 상황에 무감각해지는 경우가 늘었다.
화상경마장 입점 반대에 나섰던 주민들의 수도 줄었다. 마사회가 문화공감센터를 만들어 경마가 없는 날이면 요가, 노래교실 등 프로그램을 제공한 것도 주민들이 마음을 돌리는 데 영향을 미쳤다. 노인들에게 실버 보안관과 같은 일거리를 제공해 호응을 얻으면서 반대 여론도 많이 수그러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니다. 조양을 비롯해 성심여중고 학생들, 용산 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등 다수의 사람들은 여전히 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
조양은 “마사회에선 거리에 CCTV를 설치하고 취객들이 지저분하게 만든 길거리를 청소한다지만,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모르는 것 같다”면서 “애초에 경마장을 학교 근처에 세우지 않았으면 없었을 일인데 선심을 쓰듯 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들은 지난달 입법청원 캠페인을 펼치고, 7월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표명했다.
조양은 “우리가 진짜 원하는 것은 화상경마장이 용산 어디론가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없어지는 것”이라고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마사회 관계자들이, 학생들은 우리나라의 미래라는 걸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비록 예전보다 관심은 줄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도 자각하고 공감하는 데 더욱 노력할 것입니다.”
최유주 수습기자 bright_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