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앨범 ‘노비스 꿈’ 발표한 형제 사제 듀엣 노성호·중호 신부
“세월호 참사로 떠난 사무엘 위해 ‘노래기도’ 드려요”
위로가 필요한 이들 생각하며 형 신부 곡 쓰고 형제가 합창
다양한 형식의 노래로 꾸며
26일 오산 갈곶동성당서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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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인 노성호(오른쪽)·노중호 신부가 서로 마주보며 노래하고 있다. 이들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장준형군을 기억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앨범 ‘노비스 꿈’을 발표했다.
“잊지 말고 기억하자는 마음으로 준비했습니다. 이 노래로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사람이 기도하고 빛으로 향했으면 합니다.”
형제인 노성호(효명고등학교 교목실장)·노중호(수원교구 서부본당 주임) 신부는 2년 전 함께 떡볶이와 순대를 먹으면서 “다음에 또 보자”고 인사한 소년의 얼굴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소년과의 만남은 그날이 마지막이었다. 그는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 ‘사랑한다는 말은’이라는 노래를 좋아했던 장준형(사무엘)군의 마음에 어떻게 화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이 형제 신부를 ‘노비스 꿈’(Nobis Cum)이란 이름으로 뭉치게 했다.
“‘노비스 꿈’은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다는 것, 그리고 우리도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어요. 또한 이 세상에서 함께 희망을 만들어가길 ‘꿈’ 꾸고 있습니다.”
‘노비스 꿈’은 라틴어로 ‘우리와 함께’라는 의미로, 이들 형제 신부 듀엣의 이름이자 첫 번째 앨범 제목다. 형제 신부가 음반을 발매한 것은 한국교회에서 처음이다. 형 노성호 신부가 곡을 쓰고 형제가 함께 노래했다.
노성호 신부는 “소임지도 서로 멀고 녹음실도 천안에 있어 함께 연습하고 녹음하기 도저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음반이 완성돼 그 자체로 신비로 여겨진다”면서 “노래기도를 통해 신자분들과 만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형제 신부는 한 목소리로 음반에 실린 곡들을 ‘노래기도’라고 말했다. ‘노비스 꿈’에 담긴 노래들이 모두 형제 신부에겐 기도와 다름없었다.
앨범 제작 계기가 되기도 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준형군의 추모기도 ‘사무엘’을 비롯해 탈출기의 내용을 담은 ‘그댈 향한 내 고백을’, 파티마에 발현한 성모를 향한 ‘평화의 모후께’ 등의 기도도 노래에 담았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담은 ‘문득 마주치다’, 첫사랑의 추억을 담은 ‘사춘기 소년의 바람’ 등 형제 신부의 삶에서 녹아든 기도들을 때로는 감미롭게, 때로는 경쾌하게 풀어냈다.
노중호 신부는 “형도 기도하면서 곡을 만들고 저도 기도하면서 노래했다”면서 “저희의 노래기도를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형제 신부가 만드는 음반의 취지에 공감한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음반작업에는 드러머 강수호씨, 기타리스트 함춘호씨를 비롯해 많은 음악가와 관계자들이 참여해 더욱 완성도 높은 음반을 낼 수 있었다.
“요즘 세상에는 위로가 많이 필요한 것 같아요. 각자 어떻게 사는지도 모르고 자기가 힘든지도 모르죠. 더 많은 신자들이 저희 노래기도를 통해 위로를 받고 하느님 안에서 쉬며 재충전하시길 바랍니다.”
형제 신부는 앞으로 신자들을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노래기도를 나눌 계획이다. 지난 7월 22일 안산성요셉성당에서 공연을 연 형제 신부는 오는 8월 26일 오후 8시 수원교구 갈곶동성당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후 월 1회 가량 공연을 열 계획이다.
‘노비스 꿈’은 온라인 음원 사이트와 서부본당을 통해 구매할 수 있다. 앨범 수익금은 서부본당의 성전건축기금으로 쓰인다.
※구입문의 02-484-0475 수원교구 서부본당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