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누군가를 용서하지 못해도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사랑해주실까요? 예전에 어떤 수녀님께서 저에게 이런 글을 보내주신 적이 있습니다.
너 있는 그대로 나를 사랑해다오
얘야, 내가 너를 사랑하도록 내버려두렴.
나는 네 마음을 원한단다. 나는 너를 새롭게 창조해 나갈 생각이란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에도 나는 너를 있는 그대로 사랑한단다.
그리고 너도 나처럼 했으면 좋겠구나.
네 비참의 저 깊은 속에서 사랑이 올라오는 것을 정말로 보고 싶구나.
나는 네 나약함까지도 네 안에서 사랑하고 있다.
나는 가련한 자들의 사랑을 좋아한단다.
궁핍 가운데서도 끊임없이 이렇게 부르짖는다면 좋겠구나.
“주님,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내게 중요한 것은 네 마음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이다.
네 학문과 네 재능이 나에게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내가 너에게 요구하는 것은 잘난 덕행이 아니란다.
만약 내가 너에게 이 덕들을 주었더라면, 넌 너무나 약하기에
금방 이 덕들에 네 자애심을 섞어 놓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것들이 부족하다고 걱정하지 말거라.
너에게 위대한 일들을 맡길 수도 있으리라. 그러나 아니다.
넌 쓸모없는 종이 되리라.
나는 네가 지니고 있는 보잘것없는 것마저도 거두어 가리라.
왜냐면 넌 사랑을 위해 창조되었기 때문이다.
용서하는 것이 잘 되지 않아도 우리는 여전히 하느님께 소중한 사람들입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하느님의 자비에 의탁하면서 하느님의 사람으로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신학교에 있는 후배 신부님의 방에 찾아간 일이 있습니다. 저에게 아주 귀한 선물을 주셨는데, 와타나베 가즈코 수녀님이 지은 「당신이 선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라는 책이었습니다. 저자 서문에 있는 글을 나누며 용서에 관한 글을 마치고자 합니다.
“수도자도 남들처럼 화가 나는 날이 있고, 상한 마음이 풀리지 않아 쉽게 잠들지 못하는 밤이 있습니다. 그럴 때 자신을 다독여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오랜 시간과 시행착오를 통해 저는 나름대로 터득했습니다. 서른 중반에 오카야마로 파견되어 대학 학장이 되면서 마음이 어수선하고 심란할 때가 참 많았습니다. 그때 평소 존경하는 신부님이 짧은 시 한 편을 제게 건네주었습니다.
“주님이 심은 자리에서 꽃을 피우세요!”
당신이 선 그 자리가 바로 당신의 자리입니다. 그곳이 어디든 지금 당신의 자리에서 진실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언젠가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탐스런 열매를 맺을 날이 올 겁니다. 하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는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럴 땐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리면 됩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충실히 살아가다 보면 반드시 아름답고 탐스런 꽃을 피울 날이 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