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미 예수님!
최근에 신분증 갱신을 하느라 조금 분주했습니다. 칠레에 처음 오면 3개월 기간의 여행 비자를 발급 받습니다. 그 기간 동안 여러 서류를 준비한 뒤 관공서에 보내면, 한 달 전후로 ‘신분증 준비 중’이라는 증명서가 담긴 우편을 받습니다. 이로써 대략 3개월의 비자를 더 연장할 수 있습니다. 오랜 기다림 후에 이메일이 오면 다시 심사를 받고 1년 기간의 신분증을 받습니다.
올 6월에 이 신분증 기간이 만료되었기 때문에 지난 2월 마지막 주부터 서둘러 신분증 갱신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역시 기다림의 연속입니다. 서류를 하나 받기 위해 경찰서와 구청 그리고 이민청을 가야 하는데, ‘대기 번호표’를 발급받는데도 한 시간을 넘게 줄을 서야 합니다. 세 곳이니 하루 안에 끝내기란 참 쉽지 않습니다. 설상가상 관공서 업무는 오후 2시에 마감입니다.
그렇게 서둘렀건만 결국 8월에야 신분증이 발급됐습니다. 저와 같이 신분증을 신청한 시몬 신부님은 아직도 인내수양을 하고 있답니다. 이렇게 기다리는 이유는, 아직 완벽한 전산화가 되지 않은 행정서비스 탓도 있지만, 칠레로 밀려드는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미 대부분의 나라는 정치와 경제적으로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과거에 여러 자원을 바탕으로 경제적으로 부유함을 누렸지만 차츰 정치부패와 소득불균형, 수많은 민영화로 인해 과거의 영광은 사라져 버리고 실업증가, 빈부격차, 그리고 그로 인해 파생된 강도와 절도 살인 등의 여러 사회 문제가 생겨났습니다.
그나마 칠레는 남미 안에서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안정돼 있습니다. 물론 칠레 안에도 수많은 실업자, 노숙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주변국에 비해 조금 나은 편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페루, 볼리비아, 베네수엘라에서 노동자들이 밀려 왔고, 이제는 콜롬비아와 아이티 등지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민청은 언제나 수많은 사람들로 가득차 있습니다. 칠레 사람들은 이런 현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들이 일자리를 빼앗는다 생각하기도 하고, 그들이 강도나 여러 범죄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작 많은 칠레 사람들은 그들이 하는 청소부, 관리인, 종업원 같은 힘들고 어려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그들을 낮은 계층으로 치부해 버리고 있는 것입니다. 그들이 없다면 자신들이 환경과 경제도 어렵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죠. 우리나라 안에도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 머나먼 타국에서 희생하고 있는 그들입니다. 그리고 오래 전 우리나라도 비슷한 역사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우리의 이웃 혹은 친구가 되어 있습니까? 아니면 그들은 그저 하찮은 일을 대신하는 종이 되어 있습니까? 그들을 친구로 이웃으로 맞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들 안에서 함께 계시는 그리스도를 우리는 결코 만나 뵐 수 없을 것입니다. 주님은 늘 낮은 곳에서 가난하고 작은 이들과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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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