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리우 올림픽을 앞두고 올해 7월 서울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성당에서 열린 세례식에 참석한 기보배 선수(오른쪽에서 두 번째). 임의준 신부 제공
2016 브라질 리우 올림픽에 출전해 여자양궁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딴 기보배(미카엘라·28) 선수에게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 선수가 8월 8일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 “리우 올림픽 여자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수상해 국민들에게 기쁨을 나눠준 기보배 선수에게 축하의 인사와 그동안 흘린 땀과 눈물에 아낌없는 격려를 보낸다”고 말했다.
기 선수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여자양궁 단체전과 개인전 금메달 2관왕을 차지해 리우 올림픽에서도 단체전과 개인전 2관왕이 될 경우 그동안 매번 올림픽마다 금메달을 휩쓸었지만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한국 여자양궁 최초의 ‘올림픽 2관왕 2연패’ 달성도 유력시됐다. 아쉽게 8월 12일 개인전 4강전에서 팀 동료 장혜진(29) 선수에게 패해 올림픽 2관왕 2연패라는 위업은 이루지 못했지만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해 금메달만큼이나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기 선수는 동메달 결정전이 끝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혜진이 이기고 있나요? 이겨야 하는데”라며 자신에게 패배를 안기고 결승전을 치르고 있는 장 선수를 응원해 진한 동료애를 느끼게 했다.
기 선수는 잘 알려진 대로 국가대표 선수 중 대표적인 천주교 신앙인이다. 2013년 1월 서울 태릉선수촌 성 세바스티아노성당(담당 임의준 신부)에서 미카엘라라는 세례명으로 영세했다. 기 선수는 천주교 신자가 된 후 달라진 자신의 모습에 대해 “무엇보다 예전에 비해 한결 마음이 너그럽고 편해졌고 선수촌에서도 모범적으로 살게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자신의 금메달 꿈을 좌절시킨 같은 팀 동료를 진심에서 응원하는 모습 역시 신앙이 배어 나는 대목이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한국 양궁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기 선수에게도 시련의 시간이 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개인전 8강에서 탈락의 쓴 맛을 봤고 2011년 세계선수권에서는 32강에서 떨어진 적도 있다. 시련의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뒤늦게 받아들인 신앙이 큰 힘이 될 수 있었다. 더군다나 리우 올림픽을 불과 2년 앞둔 2014년에는 국가대표 탈락의 아픔과 좌절도 겪었지만 끊임없는 기도 속에서 절치부심하며 태극마크를 다시 가슴에 달고 힘차게 활시위를 당겨 올림픽 금메달과 동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룩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