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에서 공연을 펼치고 있는 무지카사크라 소년합창단. 독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제공
‘Ave Ave~ Verum Corpus, Natum de Maria Virgine’.
한국 소년들의 맑고 청아한 목소리가 독일 수도원과 대성당에 울려 퍼졌다. 음악을 통해 나라와 나라가 연결되고, 신앙을 노래하면서 양국 신자들이 하느님 안에 하나 되는 시간이었다.
‘신앙이 함께하는 천사들의 노래’ 로 찬사받는 ‘무지카사크라 소년합창단’(지휘 정준영, 지도 고찬근 신부)이 창단 30주년을 맞아 독일에서 순회공연을 갖고 한국교회 소년 합창단의 위상을 드러냈다.
지난 7월 25일 상트 오틸리엔수도원(Erzabtei St. Ottilien)을 시작으로 8월 5일까지 프랑코니안 스위츨란트의 괴스바인슈타인 대성당(Basilika Goessweinstein), 바이로이트 궁정 경당(Schloss kirche), 드레스덴 궁정 경당(Hofkirche) 등 유명 도시와 수도원에서 공연을 가진 합창단은 ‘Dona Nobis Pacem’(우리에게 평화를 주소서), ‘Pie Jesu’(자비하신 예수여) 등 교회 음악과 ‘아리랑’, ‘보리밭’, ‘북청사자춤’ 등 한국 민요와 가곡을 선사해 독일인들의 큰 호응과 박수를 이끌어냈다.
어떤 장치도 없이 대성당 공간을 가득 채운 힘있는 성량이 더 큰 호평을 받았다. 현지 지역신문 ‘알게마이너 자이퉁’(Allgemeine Zeitung)은 “훌륭하게 훈련받은 합창단으로서 순수 아카펠라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는 평을 남겼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 볼프강 왹슬러 총아빠스는 “훌륭한 목소리와 볼륨에 감탄했다”면서 “베네딕토 성인께서 보시면 입과 마음이 하나가 된 것에 감동하셨을 것”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또 마지막 공연이 열린 코스펠트 성 야코비(St. Jakobi)성당에서는 관객들이 기립 박수로 감사함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1986년 창단, 소년합창단으로서 한국교회에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무지카사크라’가 30주년을 기념하며 그간의 음악적 경륜을 유럽교회와 나누고 또 미사전례에 봉사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세계무대에 당당하게 선보였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과 독일 간 우호를 돈독히 하는 데에서도 좋은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연 장소들이 한국과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에서다. 상트 오틸리엔수도원은 한국교회에 선교사를 파견해 첫 남자수도회가 시작되는 계기를 만들었던 곳이다. 바이로이트는 독일 옛 분단선과 가까이 있는 도시로써 강원도 고성군과 자매 결연을 맺고 있다. 드레스덴에는 한국명예총영사관이 있다.
공연은 지난해부터 준비됐으나 실제적으로 성사된 데에는 합창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요한·요셉 젤리거 형제의 부친 베른하르트 젤리거 박사(한스자이델재단 한국사무소) 역할이 컸다. 젤라거 박사는 공연 결정 후 장소 섭외 등도 도맡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휘를 맡고 있는 정준영(스테파노·서울 여의도본당)씨는 “교회 음악의 본산이라고 할 수 있는 유럽교회에서 좋은 공연을 보여준 단원들이 대견하고 자랑스럽다”면서 “이번 공연을 계기로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소년합창단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성스러운 음악’이란 뜻을 가진 무지카사크라 소년합창단은 가톨릭교회 성음악을 널리 보급하고 미사 전례와 합창을 통해 어린이들이 정서를 함양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과 우애를 배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창단됐다. 서울대교구 명동주교좌본당 소속으로 매 주일 5시 미사에서 성가를 봉헌하고 있다. 매년 정기연주회를 비롯해 교회 내 여러 행사에 출연, 아름다운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다. 올해에는 12월 2일 명동주교좌성당에서 창단 30주년 기념 정기연주회를 개최한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