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일, 교황님 말씀을 따라 젊은 우리가 나섰습니다.”
아시아 청년들이 한국에 모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한 희망의 메시지를 실천했다. 농촌에서 순수한 땀방울을 흘리며 봉사활동을 한 청년들은 나누고 소통하는 삶의 기쁨을 체험했다.
8월 15일부터 22일까지 7박8일간 ▲전남 나주시 ▲경북 안동시 ▲경북 포항시 ▲경남 밀양시 ▲충북 음성군 등 전국 5개 지역에서 ‘제1회 한·일 가톨릭계 대학교 프란치스코 봉사캠프’가 열렸다. 한국가톨릭계대학총장협의회와 일본가톨릭계대학연맹이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봉사캠프는 아시아 청년들의 땀과 미소가 어우러진 한마당이었다. 아시아 국가들의 화해와 통합에도 큰 역할을 한 이번 봉사활동 현장을 찾았다.
8월 19일 이슬촌마을에서 피뽑기 작업을 하며 웃고 있는 참가 학생들.
■ 전남 나주시 ‘이슬촌마을’
8월 19일 오전 7시 전남 나주시 노안면 ‘이슬촌마을’. 아침 일찍인데도 벌써부터 기온은 섭씨 30도가 넘었다. 서 있기만 해도 땀으로 몸이 젖어오는 느낌이다. ‘프란치스코 봉사캠프’라는 현수막이 걸린 건물 숙소에서 나온 젊은 남녀 4명이 부지런히 경운기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밀짚모자와 장화, 장갑을 꼼꼼하게 차려 입었다. 이들은 목포가톨릭대학교(총장 이재술 신부)가 주관해 4박5일 일정으로 이슬촌마을에서 개최한 ‘프란치스코 봉사캠프’(지도 오경섭 신부)에 참가한 대학생들이다. 총 24명이 이슬촌마을에서 숙식하며 농촌 일손을 돕고 있다.
이슬촌마을에서 500여m 떨어진 논에서 대학생들은 벼농사를 위한 ‘피뽑기’에 여념이 없었다. 잡초를 제거하는 셈인데, 별다른 장비 없이 손으로 일일이 제거해야 하는 힘든 일이다. 하지만 학생들의 얼굴은 보람찬 일을 한다는 기쁨으로 가득 찼다.
피뽑기를 하던 일본인 나카가와 린카(텐시대 식품영양학과 1학년) 학생은 “일본에서도 농사일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며 “이번 캠프를 통해 한국에서 환경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게 돼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슬촌마을 이장집에서는 한국과 일본 여학생 4명이 ‘마늘 종자 선별’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늘에 앉아 땀을 흘리며 열심히 마늘을 까던 김우전(가톨릭관동대 미디어문학전공 2학년) 학생은 “젊은 사람들도 허리도 아프고 힘든 일인데 나이 많으신 농민분들이 얼마나 고생하시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오경섭 신부(목포가톨릭대 간호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농사일을 체험하면서 환경을 지키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몸소 깨달았을 것”이라며 “교황님 말씀을 아시아 젊은이들이 실천하는 좋은 계기가 돼 지도하면서도 매우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8월 18일 안동 도산면 고추밭에서 참가자들이 직접 딴 고추를 들어보이고 있다.
뙤약볕 아래 무더운 날씨임에도 봉사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고 있다.
■ 경북 안동시 도산면
가톨릭상지대학교(총장 정일 신부)가 주관한 농촌봉사 프로그램에서도 학생들은 4박5일간 고추를 비롯한 농작물 수확, 마을정화 활동 등을 펼쳤다.
8월 18일 26명의 학생들이 봉사활동 중인 경북 안동시 도산면 운곡리 마을. 내리쬐는 뙤약볕 아래 펼쳐진 고추밭에서 학생들은 고랑마다 한 명씩 들어가 고추를 따느라 굵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었다. 평소 해보지 않았던 농사일에 힘들어하면서도 학생들은 밝은 표정을 잃지 않았다. 마을은 오랜만에 젊은 활기로 넘쳐났고, 일손부족으로 시름하던 어르신들 얼굴에도 웃음꽃이 활짝 폈다.
최석언(가톨릭대 4학년) 학생은 “졸업하기 전에 좋은 일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참가했다”며 “중국, 일본 학생들과 교류하고 함께 생활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농촌 일손도 도울 수 있어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처음 해보는 농사일이 익숙하지 않아 실수를 연발하기도 했지만, 적응하고 나니 이내 일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어색하기만 하던 밀짚모자도, 펑퍼짐한 ‘몸빼바지’도 이젠 제법 잘 어울린다. 함께 땀 흘려 고생한 덕분인지 학생들 사이의 서먹함도 어느새 사라지고 끈끈한 유대감이 생겨났다.
일본에서 온 기케가와 렌리(센다이 시라유리여대 4학년) 학생은 “힘들지만 새로운 친구들과 같이 봉사활동 하니 재미있고, 농사지으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어려움을 많이 알게 돼서 뜻 깊다”고 전했다.
학생들은 오전 봉사활동을 마치고 오후 봉사활동 전까지 도산서원을 비롯한 지역 문화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송현주 수녀(가톨릭상지대 교목처 팀장)는 “학생들 모두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고마울 따름”이라며 “이번 캠프를 통해 학생들이 생명을 살리는 농촌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 나눔의 삶 되새기며 이룬 친교
전국 각지로 흩어져 다양한 봉사활동을 했던 프란치스코 봉사캠프 참가자들은 8월 20~22일 경기도 가평군 계성푸른누리수련원에서 열린 인성캠프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다양한 포스트 게임과 물놀이, 캠프파이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모두 하나 되어 친교를 이뤘다.
특히 인류복음화성 차관 사비오 혼 타이파이 대주교는 21일 수련원을 방문해 참가 학생들을 격려하고 자원봉사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전했다. 혼 대주교는 청년들에게 사도들의 가르침과 친교, 성찬례, 기도 등 그리스도교 공동체의 네 가지 기둥에 집중해 이웃에 자비를 베푸는 봉사의 삶을 살아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참가자들은 혼 대주교와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 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가 공동집전한 주일미사에 참례해 성체성사의 의미를 함께 나눴다. 내년에 일본 나가사키에서 다시 모일 것을 약속하며 제1회 프란치스코 봉사캠프 대단원의 막이 내려졌다.
‘프란치스코 봉사캠프’ 참가자들이 8월 20~22일 인성캠프가 열린 경기도 가평군 계성푸른누리수련원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