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서 7~8월은 가혹한 달입니다. 각 가정마다 비축해둔 식량은 이미 다 떨어지고, 작물들은 한참 자라고 있는 중이라 수확을 기다리려면 한두 달은 더 기다려야만 합니다.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남수단 내전이 다시 시작돼, 10만 명이 넘는 외국인들과 난민들이 자국으로 돌아가거나 인접국가로 피신했고, 외국에서 남수단 내로 들어오던 물자공급과 교역은 심각한 치안문제로 거의 끊기다시피 한 상황입니다. 설령 수중에 돈이 있다 해도 시장에서 옥수수가루 한 자루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에 사람들은 깊은 시름에 잠겨있습니다.
해가 지면 각 집마다 모닥불을 피우고 음식을 만들고 그 음식을 서로 나누며 대화하는데, 요즘은 그렇게 시끌시끌하던 모습들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습니다. 먹을 것이 없으니 잔치도 없고, 달이 밝게 뜨는 밤마다 모여 북을 치고 노래 부르며 춤을 추던 소리도 뚝 끊겼습니다. 잊을만하면 들려오던 ‘부족 간의 복수전’ 소식도 더 이상 들려오지 않습니다. 그 이유를 물으니, 사람들은 “배가 고파서 싸움을 할 힘도, 복수를 할 마음도 들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얼마 전부터, 특별히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우선 순위로 정하고, 컨테이너에 비축하고 있던 식량을 조금씩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학교 아이들의 급식 지원을 목적으로 수도 주바에서 구입해온 식량이지만, 지금은 학교만 지원하는 것을 고집하기에는 너무도 절박한 시기이기 때문에, 나이든 과부들과 젖먹이 아이가 있는 엄마들을 우선 순위로 정해 매일 일정량의 식량을 나누어주기 시작했습니다.
첫 날에는 10명 남짓 찾아오던 사람들이 매일 매일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일주일이 지나자 그 숫자가 200명으로 늘었습니다.
성당에서 받은 식량을 살피고 있는 남수단 주민.
아침부터 사제관 컴파운드 안에는 아기에게 젖을 물린 채 앉아 있는 여인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유있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했던 저도 물 불어나듯 늘어나는 사람들의 숫자에 덜컥 겁이 났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을 과연 다 감당할 수 있을까…?’
겨우 20피트 컨테이너 3분의 2를 채움직한 양의 수수와 콩, 식용유와 소금. 이것들로 900여 명의 학생들과 400여 명의 사람들의 배고픔을 조금이나마 채워줬습니다. 마침내 텅 비어버린 컨테이너를 보니 허전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후련한 마음이 듭니다.
학교는 곧 방학이니 학생들 급식 걱정은 덜었지만, 이곳 사람들에게는 앞으로 보릿고개와도 같은 한 달이 남아있습니다. 그들에게는 힘든 시기이기이지만, 그리고 그런 그들의 어려움을 제가 해결해줄 수 있는 능력도 없지만, 저는 믿습니다. 부족한 것은 하느님께서 채워 주시겠지요.
하루빨리 남수단이 평화와 안정을 되찾도록 정성 어린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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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