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자운대본당 병사 사도회 밴드 공연 열리던 날
동료를 위한 무대 “서로에게 큰 힘이 됩니다”
발라드, 랩까지 다양하게 구성
전역한 초창기 단원들도 응원와
밴드 활동하며 세례 받기도
밴드를 만든 김선희(헬레나)수녀. 드럼 이자헌 상병, 보컬 김민석 병장, 키보드 고산 병장. 병사 사도회 밴드 단원들이 여름 더위를 식히는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너는 하느님의 사람/ 아름다운 하느님의 사람/ 나는 너를 위해 기도하며/ 네 길을 축복할 거야…♪♬”
병사들의 떼창.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노랫소리로 가득했다.
군종교구 육군교육사령부 자운대본당(주임 유현상 신부) 병사 사도회 밴드의 무대. 8월 20일 오후7시30분 자운대성당 안은 더위보다 더 뜨거운 젊음의 열기로 가득했다.
3명으로 구성된 밴드였지만 악기연주에 작곡까지 저마다 끼를 발휘했다.
보컬 김민석(요한·23·자운대 근무지원단) 병장, 키보드 고산(마태오·23·종합군수학교) 병장, 기타와 드럼 이자헌(시메온·25·56정보통신대대) 상병. 이날 공연은 9월 7일 전역을 앞둔 김민석 병장이 밴드 동료와 장병들을 위해 준비한 마지막 무대였다.
본당 주임 유현상 신부는 “이 시간 주님 안에서 기쁜 시간 되길 바란다”면서 “오늘 무대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고 인사말을 전했다.
본당 병사 사도회 20여 명이 우렁찬 떼창으로 생활성가 ‘야곱의 축복’, ‘당신을 향한 노래’를 부르며 무대를 열었다. 공연을 보러온 부대 내 장병들은 격렬한(?) 박수를 보내며 환호했다.
잔잔한 발라드에서 신나는 랩까지 감성 충만한 노래들이 이어졌다. 더운 여름 힘들었던 시간들을 날려버리는 청량제와 같았다.
자운대본당 병사 사도회 회원들이 우렁찬 떼창으로 생활성가 ‘야곱의 축복’을 부르고 있다.
이날 공연을 위해 사도회 밴드 단원들은 한 달간 쉬는 시간을 반납하며 주일에 모여 연습했다. 이들의 중심에는 병사 담당 김선희(헬레나·툿찡 포교베네딕도수녀회 대구수녀원) 수녀가 있었다.
김 수녀는 2014년 8월 자운대본당 병사 담당 소임을 맡은 후, 밴드를 만들기 위해 발로 뛰었다. 찬양 안에서 청년들을 하나로 묶고 음악으로 군생활을 위로하기 위해서였다. 악기를 다루는 장병들을 찾아 전문 레슨지도를 받게 하는 등 열정을 쏟았다.
김 수녀는 “군사목과 함께 청년사목의 큰 틀에서 음악선교 활성화로 볼 수 있다”면서 “미사, 교리시간에 음악으로 서로 소통하고 공감대를 나눈다”고 말했다.
자운대본당 병사 사도회는 20명에서 많을 때는 30명 넘게 활동한다. 사도회 주요 활동은 미사 해설과 독서, 신자들의 기도, 반주와 같은 전례봉사다. 매 주일 오전 미사봉헌 후, 성경읽기와 성가연습 등 친교의 시간을 갖는다.
올 초부터 사도회 회장을 맡아온 신재철(스테파노) 병장은 “특히 미사 봉헌 때 밴드 연주에 맞춰 소리 높여 성가를 부르며 기도한다”고 말하고 “부대가 서로 달라서 병사들 간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사도회 모임을 하면서 활기찬 분위기 속에서 서로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전역과 전출 등으로 참여 수가 유동적이긴 하지만 본당 병사 사도회는 지속적으로 잘 꾸려진다. 또 그 안에서 반주 봉사를 하는 밴드 단원들의 우정은 전역 후에도 이어진다. 이날 공연에 밴드 초창기 단원들이 와서 후배들을 응원했다. 박진우(루카·보컬), 이동혁(가브리엘·키보드), 박상명(야고보·드럼)씨. 전역 후에도 사도회 주요 행사 등이 있을 때면 함께 한다.
또 밴드 활동을 하면서 세례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날 키보드를 연주한 고산씨는 처음 반주 봉사를 하면서 지난해 10월 세례를 받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잠시 성당에 나오지 않다 이번 공연을 준비하면서 다시 하느님 품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대학에서 작곡을 전공하는데 군대 와서 음악을 못할 거 같아 걱정했는데 밴드 활동하면서 곡도 쓰고 연주도 하고 신앙생활도 할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이날 자운대본당 병사 사도회 공연은 노래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했다. 지친 동료들을 위로하고, 또 전역하는 친구를 축하하고, 그러면서 다시 신앙을 이어가게 되고…. 젊은 그리스도인들의 우애를 보여주는 한 여름 밤의 축제였다.
박경희 기자 july@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