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로 후미진 길섶에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가지가 부러져 이리저리 비틀리고 칡덩굴까지 타고 올라가 서있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습니다. 누구도 이 소나무에 관심조차 없었고 수년 내 칡덩굴에 감기어 고사될 처지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 봄, 중요한 기념식수가 계획됐습니다. 멋진 조경수를 사오자니 꽤 많은 돈이 들었으므로 부대에서는 부대 내 야산의 나무를 이식하기로 했습니다. 부대에서는 조경사 한 분을 섭외했고 조경사는 한나절 남짓 부대를 둘러보았습니다.
그리곤 며칠 후, 멋진 모양을 한 명품 소나무 한 그루를 옮겨 왔습니다. 그 소나무는 누가 보아도 감탄을 자아낼 만한 품격 있는 자태를 자랑했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조경사가 옮겨 온 소나무는 다름 아닌 고사 직전의 바로 그 소나무였던 것입니다. 조경사의 ‘명품을 알아 볼 수 있는 눈’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2011년 여단장 시절, 한 병사가 전입을 왔습니다. 면담을 하는데 어딘가 부족하고 어리바리해 보였습니다. 본부중대장은 이 병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습니다. 시설병이지만 손재주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더욱이 SQ(사회성지수)가 낮아 다른 병사들과 잘 어울리질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 병사에게 ‘가장 최적의 보직은 없는가?’를 고심했습니다. 고심 끝에 혼자 생활하면서 업무의 강도도 비교적 적은 병영도서관 관리병으로 보직을 변경시켰습니다.
보직 변경 이후, 그 병사는 도서관을 깨끗하고 깔끔하게 관리했습니다.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병사들과의 관계도 눈에 띄게 좋아졌습니다. 가끔 점심식사를 마친 후 도서관에 가면 “여단장님! 보고 드리겠습니다. 비승 병영도서관은 총 7500권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는 00권을 대여 중에 있습니다. 충성!” 병사의 장점을 찾아내 적재적소에 보직함으로써 군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품을 보는 눈은 예수님이 으뜸이신 것 같습니다. 예수님께서 뽑으신 열두 제자들의 면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당시 소위 지식인에 해당하는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을 제자로 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가난하고 배우지 못한 어부와 천대 받던 세리들을 제자로 삼았습니다. 아마도 그들의 내면에 간직한 인품과 믿음을 알아보셨기 때문일 것입니다.
공자는 「논어」에서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몰라보는 것을 걱정하라(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고 했습니다. 바로 우리가 명품을 보는 혜안과 직관력을 키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어떻게 하면 명품을 콕 집어낼 수 있는 혜안을 가질 수 있을까요. 그것은 자기 분야의 해박한 지식, 예리한 마음의 눈, 세밀한 관찰과 사람에 대한 사랑을 통해서만이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도 본청 앞을 지나며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 빛을 발하고 있는 그 명품 소나무를 보며, ‘나는 명품을 볼 수 있는 마음의 눈을 가졌는가?’ 돌아보게 됩니다.
이연세 대령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안전관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