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희망도보순례단’, 부산 고리핵발전소에서 서울까지 28일간 대장정 마쳐
“햇빛과 바람 모아 핵발전소 멈추자”
552.9㎞ 걸으며 핵 위험 알려
재생에너지 전환 필요 강조
8월 27일 도보순례를 마친 ‘탈핵희망도보순례단’이 서울 광화문에서 도보순례를 정리하며 탈핵 기원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그 어느 해보다 뜨거웠던 여름의 열기도 ‘탈핵’을 향한 열정은 꺾지 못했다.
지난 2013년부터 핵 없는 세상을 기원하며 3787㎞에 이르는 거리를 순례해 온 ‘탈핵희망도보순례단’(단장 성원기, 이하 순례단)이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기록하며 올해 장정을 마쳤다.
순례단은 8월 27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도보순례를 정리하며 탈핵 기원 미사를 봉헌했다.
예수회 사회사도직위원회 조현철 신부는 미사 강론을 통해 “우리가 걸어오며 눈으로 보고 생생하게 체험한 현장이 바로 예수님께서 하느님나라를 실현하고자 하셨던 곳”이라며 “생태적 회개를 세상의 변화로 이어가려면 개인의 변화를 사회의 변화로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도보순례를 통해 순례단은 지난 7월 1일 고리핵발전소를 출발해 울산 경주 포항 안동 원주 여주 하남 등을 거쳐 서울 광화문까지 28일 간 총 552.9㎞를 걸으며 핵 발전의 위험성을 알렸다. 신자들은 물론 일반시민 등 연인원 1100명이 넘는 이들이 순례에 동참해 탈핵을 외쳤다.
특히 이번 순례에는 남기륜(헤르베르토·초6·서울 대림동본당)·기헌(요한보스코·초5)·다온(마델베르타·6) 남매가 엄마 김진옥(사비나·36)씨와 일주일간 도보순례에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남기륜군은 “햇빛, 바람 등 하느님께서 주신 소중한 보물을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며 “순례를 통해 얻은 체험을 친구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오히려 엄마를 졸라 순례길에 나서게 한 다온양은 “여든이 넘는 할아버지가 무엇을 위해 이 길을 걷는지 궁금했다”면서 “좋은 체험을 많이 하며 즐겁게 참여할 수 있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순례단은 행사 말미에 기자회견을 열어 “후쿠시마 사고가 보여줬듯이 핵발전에 의존하는 것은 단 한 번의 사고로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가져오게 된다”고 강조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순례단은 ‘핵발전소 확대 중단하고, 햇빛 모아 탈핵하자’ 제목의 회견문에서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공급확대에 큰 효과를 거둔,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발전차액지원제도 통과를 국회 등에 촉구했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