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한건 신부가 질의응답 시간을 통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국가톨릭교회의 박해 역사와 보편교회의 미술 전례에 대한 가르침을 짚어보는 가운데 한국 교회미술의 나아갈 방향을 새롭게 제시해 보는 자리가 마련됐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회장 안병철, 담당 지영현 신부)는 8월 24일 서울대교구청 501호에서 ‘순교와 교회미술’ 주제로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세미나를 열었다. 지난해에 이어 ‘한국 교회미술 재정립을 위한 연구’ 두 번째 시간으로 준비된 이날 세미나는 서울대교구 문화위원회(위원장 허영엽 신부)가 자비의 희년과 병인순교 15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교구 문화 예술인들의 ‘순교와 자비’ 첫 행사로도 뜻 깊었다.
세미나는 ‘병인박해 신자들의 신앙생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미술과 전례’ 발표를 통해 교회미술을 이해하는 시간에 이어 성미술 제작 체험과 사례연구를 통해 향후 한국교회 미술의 비전을 함께 나눠보는 순서 등 총 2부에 걸쳐 진행됐다.
조한건 신부(한국교회사연구소 부소장 겸 절두산순교성지 보좌)는 ‘병인박해 신자들의 신앙생활’ 발제를 통해 병인년 이전에 살았던 천주교 신자들의 모습을 살피고 옛 신자들의 신앙을 고찰했다. ‘병인박해의 배경과 전개 과정’, ‘신자들의 신앙생활과 증언’ 등을 통해 병인박해 배경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를 도왔다. 또한 순교자들을 선교사와 평신도로 나눠 삶과 신앙의 증거모습을 설명했다. 조 신부는 “병인박해라는 상황 속에서는 신앙을 예술로 표현하는 작업은 드러나기 힘들었다”면서 “당시에는 글이나 성물 등을 통해 신앙을 전달하는 모습을 살펴 볼 수 있다”고 전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미술과 전례에 대한 지침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에게 보내는 교황의 메시지’를 발제한 정종휴(암브로시오) 전남대 명예교수는 2009년 11월 21일 바티칸 시스티나 경당에서 있었던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예술가들과의 대화’ 내용과 2011년 8월 31일 카스텔 간돌포 일반알현에서의 내용 등을 순서대로 정리했다. 정 교수는 “아름다움은 하느님에 이르는 하나의 길이며, 모든 예술 작품들은 우리 안의 모든 아름다움의 근원을 찾고픈 바람을 키워준다”는 가르침을 나눴다.
‘교회미술 제작의 체험과 사례’를 발표한 권녕숙(리디아) 작가는 배론 성지의 성모자상, 124위 순교복자 시복식의 순교복자 초상화, 절두산성지 순교자 영정 제작 등 교회미술 작업 체험 사례를 밝혔다. 권 작가는 “특별히 순교자들과 연관된 작품은 역사적, 장소적 고증과 함께 순교자들에 대한 충분한 묵상으로 제작을 진행했던 것이 여운으로 남는다”면서 “마음의 눈으로 ‘성스러움’을 이끌어내는 작업은 내적 명상의 결실이어야 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주제 발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는 교회와 예술가들 간의 소통 문제가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진정한 교회미술 발전을 위해 교회와 예술가들의 소통이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고, 이를 위해 교회미술에 대한 교회 당국과 사목자들의 인식이 확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서울가톨릭미술가회는 이날 세미나와 함께 오후 2시 갤러리1898에서 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이 참석한 가운데 ‘순교와 자비 : 병인순교 150주년 기념 특별전’을 개막했다.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