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신부
안녕하십니까! 지난 7월 남수단 아강그리알 본당으로 부임한 이상권 미카엘 신부입니다. 이번 회에는 이상협 신부님을 대신해서 신자분들께 인사드리고자 제가 편지를 씁니다.
남수단 주바에서 우여곡절 끝에 룸벡으로 들어온 그 날, 주바에서는 독립기념일을 하루 앞두고 대통령 경호원들과 부통령 경호원들간에 큰 싸움 일어났습니다. 이 싸움이 크게 번져 조금만 늦었다면, 아마 저는 주바에서 카리타스 수녀님들과 함께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가 지금쯤은 우간다로 피신해 있을지도 모릅니다. 남수단에 평화가 찾아오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주바에서 모든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저는 부임지인 아강그리알에 도착했습니다. 모든 것이 익숙했고 너무나 반가웠습니다. 오랫동안 그리워했던 곳이었습니다. 똘망똘망했던 어린아이가 멀리 고등학교에 갔다는 소식, 25살 소신학생이던 청년이 이제는 대신학교를 다니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저는 기억을 못하는데 저와 함께 매일 학교 운동장에서 축구를 했다는 아이도 만났습니다. 5년 전 제 키만했던 성당 앞 망고나무가 이제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반가운 건 역시 저를 기억해주는 사람들입니다.
이상권 신부가 남수단 말로욜 공소 세례식과 첫영성체 후 신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이제 선교지에 온 지 두 달이 되어갑니다. 동네 아이들도, 딩카어 경문도, 갑작스레 쏟아지는 우기의 시원한 빗줄기도, 쉐벳으로 향하는 숲속 길의 웅덩이들도 조금씩 익숙해져갑니다.
그 숲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면 ‘말로욜’이라는 마을이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처음으로 말로욜 공소를 방문해 세례식을 하고, 첫영성체를 주고 왔습니다. 쉐벳을 갈 때마다 지나는 곳이었는데, 나무아래 작은 초막이 공소이면서 동시에 교실이라는 사실을 이번 방문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나무 그늘에 앉아 찰고를 하는데, 동네 아이들이 죄다 몰려와 구경을 합니다. 오래 전 외국 선교사가 만들어준 글이 있지만 아직은 글을 모르는 이가 많아 교리교사가 선창하면 따라하면서 교리문답을 외웁니다. 교리문답을 척척 외우는 아이들이 신기하고 대견합니다. 찰고를 하는 동안 공소 신자들이 모여서 성가연습을 하며 두드리는 북소리가 초보 선교사의 마음을 뛰게 합니다.
세례식과 첫영성체를 마치고 대상자들과 축하사진을 찍는데, 다들 몰려옵니다. 어쩔 수 없이 다함께 또 사진을 찍었습니다. 처음으로 방문한 말로욜 공소 신자들 덕분에 한 걸음 더 딩카사람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저는 조금씩 선교사의 삶에 익숙해져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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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