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목자마다 사목하는 방법이 다르고, 고유한 관심사와 기획 방법이 있다. 본당에 부임하면 주로 어린이들과 어르신들에게 먼저 집중한다. 우리 교구가 시노두스를 통해서도 많이 생각했고 또 교회의 미래이기에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어르신들에 대한 관심은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10여 년 전부터 어르신들을 위하여 나름대로 개발한 프로그램이 있다. 일명 효도엠티(MT).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을 가능하면 한 구역에서만 모아서 1박 2일의 동해안 여행을 가는 것이다. 노인대학이나 단체의 이름으로 성지 순례나 야유회를 가면 필요성 때문에 주로 봉사자나 임원들이 신부 주위에 있게 마련이다. 어르신 개개인의 이름은 커녕 눈빛도 마주치기 힘든 경우가 많고, 밥도 같이 먹기 힘들다. 그래서 구역의 활성화도 꾀하고 조금이라도 어르신과 가까이 있어보려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사실 어르신들이 평소에 자녀들과 함께 여행을 가더라도 여행을 하기보다는 장소만 바뀔 뿐 손주를 보는 등의 일이 많기에 진짜 편한 여행을 하실 수 있도록 했다.
본당의 승합차와 내 차를 주로 이용해서 10여 명의 어르신들을 모시고 강원도로 가는데, 차 한 대는 내가 직접 운전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르신 중에는 경제적인 차이 때문에 불편할 수도 있어서 마음의 부담을 덜어드리기 위해 모두에게 약간의 회비를 받고 거의 대부분의 경비는 본당에서 부담하였다. 동시에 여행의 주체가 어르신들임을 강조하고, 꼭 필요한 것 이외에는 어르신들이 스스로 진행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회원들 사이의 협력과 유대를 강조하는 엠티(Membership trainning)라 하였고, 숙소에서 식사 준비와 설거지를 어르신들이 직접 하도록 했다. 물론 그럼에도 봉사자가 하는 경우가 많기는 했다. 아무래도 어른들 일시키고 혼자 있기에는 마음이 불편했을 것이다.
한번은 걷는 것이 불편하여 평소에 전동 휠체어를 타시던 자매님이 참여했다.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그 자매님은 6・25전쟁 때 유복자를 낳고 그 이후 쭉 혼자 살았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도 많이 힘들었고, 건강도 좋지 않았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까봐 효도엠티에 참가하기를 꺼려했었다. 하지만, 동해바다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불편을 주더라도 참여하기로 결심했다. 왜냐하면 그때까지 동해바다를 한 번도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함께하던 우리는 숙연한 마음이 들었고, 이 효도엠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고령사회이고 앞으로 초고령사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많은 본당에서 젊은이보다 어르신들이 더 많다고 말한다. 게다가 앞으로는 백세시대가 될 것이라고도 한다. 이런 흐름을 교회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교회가 무엇을 해야 할까?
노인들을 위한 그리고 노인들에 의한 무엇인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기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성당을 편하게 잘 다니실 수 있을까? 장애인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성당들이 많지 않은데, 적어도 노인의 관점에서 성당 시설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현재 있는 연령회, 노인대학, 레지오만으로는 부족할 것이다. 소수를 위한 단체만이 아니라 참여조차 할 수 없는 다양한 조건의 어르신들 전체를 대상으로 방법을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교구에서부터 본당까지 다양한 연구를 해야하고, 그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미 백세 시대는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