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에 들어온 지 한 달 쯤 됐을 때, 공소에 가보니 사람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평소라면 주일에 30여 명이 나오는데 이날은 앉을 자리가 부족해서 서있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그래서 공소에 가자마자 공소 회장을 불러 무슨 일인지 물었습니다. 공소회장은 “빠드레(신부님), 오늘은 첫 영성체가 있어요”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바로 옆에서 다른 봉사자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영성체를 해요”라고 했는데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주에 그 의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날 7명의 아이들이 첫 영성체를 했습니다. 아이들의 온가족은 물론 할머니, 할아버지에 수많은 친척들까지 와서 사진을 찍고, 축하를 나누고, 마치도 큰 잔치인 듯 한바탕 난리를 부렸습니다. 그런데 다음 주에는 정말 썰물 마냥 사람들이 쓸려나갔고, 심지어 첫 영성체를 받은 7명의 아이들은 단 한명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 주에도, 한 달 뒤에도, 그리고 그 이듬해에도 그들의 얼굴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봉사자가 처음이자 마지막 첫 영성체라고 했던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있을까요? 올해 시몬 신부님은 당신이 맡은 공소에 교리교사가 부족해서 직접 아이들 교리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그 공소에서는 가정교리와 비슷한 방식으로 교리를 2년에 걸쳐하는데 시몬 신부님은 1년차 친구들을 맡았습니다. 그런데 한 날은 한 명, 다른 날에는 두세 명, 어떤 날엔 봉사자가 아이들이 없다고 휴강을 했습니다.
신부님께선 열심히 준비해 갔지만 힘만 빠지는 상황이 여러 날 있었습니다. 그러니 아직도 많은 친구들이 성호경조차 긋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대충 2년을 보내고 첫 영성체를 받으니 결국 그렇게 쉽게 냉담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입니다. 청년이 되면 받는 견진성사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첫 영성체를 한 아이들과 문석훈 신부의 기념촬영.
성사를 받는 날은 그들에게 하나의 통과의례와 같은 행사가 돼있을 뿐, 성사의 참의미는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제 이곳에서는 참성사의 의미와 기쁨 그 성사의 삶을 살아가는 법을 알려줘야 할 듯합니다.
성사는 보이지 않는 하느님의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는 거룩한 도구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예수님께서는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을 통해서 드러내셨고, 교회는 이런 예수님의 삶과 죽음과 부활을 교회의 여러 활동을 통해 세상에 증거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과 교회는 성사의 근본이고 기초입니다. 그 거룩함의 샘에서 7가지 성사가 우리에게 선물로 주어졌고, 우리는 이 선물을 통해서 성사의 삶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거룩한 삶을 살기 위해서 받는 7성사를 우리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습니까? 그리고 어떻게 가르치고 어떻게 이어가고 있습니까? 사진 한 장 남겨둘 그런 날로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삶이 변화되지 않고 성사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가 받은 성사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성사는 다만 받음으로 끝이 아니라 살아가고 변화되어 성사에 합당한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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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석훈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