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 물대포를 머리에 맞고 쓰러졌던 백남기(임마누엘·전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씨가 의식을 잃은 지 317일 만에 끝내 선종했다. 향년 70세.
백씨는 9월 25일 오후 1시58분 경 서울대병원에서 아내 박경숙씨와 장녀 백도라지(모니카)씨 등 가족과 농민회 대표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 측은 백씨가 급성신부전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씨가 사망하자 경찰이 백씨 시신 부검과 진료기록을 확보 하겠다며 법원에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하고 서울대병원 출입구를 45개 중대 병력을 동원해 막아섰다. 경찰에 의한 ‘시신 탈취’를 우려한 시민 100여 명이 장례식장 앞에서 경찰에 대항해 막아서기도 했다.
경찰이 신청한 백씨 시신 부검은 법원에 의해 기각됐으나 진료기록 확보 영장은 발부됐다. 경찰은 9월 26일 오전부터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해 백씨와 관련한 진료와 입원 기록 등을 확보하고 있다. 또 시신 부검 영장도 다시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혀 시민사회단체와의 충돌이 우려된다.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에는 각계 조문이 이어졌다. 광주대교구장 김희중 대주교는 9월 25일 오후 서울대병원을 찾아 “백남기 농민 사망은 생명 존중 사상이 외면당하는 세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대주교는 “지금이라도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책임질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 도리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회단체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대표 김인국 신부)은 9월 26일 ‘검찰과 경찰의 사악한 본성에 분노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검찰과 경찰은 자신들이 그동안 키워온 죄악의 뿌리를 돌아보며 지조를 내버린 채 타락해버린 현실을 뉘우치기 바란다”고 밝혔다. 또 “농민을 피격한 국가가 그 시신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다”며 “국민을 자신의 하찮은 소유물처럼 대하는 대통령과 섬김의 본분을 잃고 경거망동하는 권력자들에게 성경의 말씀을 빌려 경고한다”고 소리 높였다.
백씨가 쓰러질 당시 경찰청장이었던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9월 12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백씨 사건에 대해 사과할 필요가 없다”고 말해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 정윤선 수습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