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전역에 다시 공포와 불안을 불러왔던 내전이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러나 외국으로부터의 원조와 교역 물품이 들어오는 보급로가 끊임없는 약탈과 매복 습격으로 차단되는 바람에 남수단 주민들은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의 인심은 흉흉해져갑니다. 요즘 집안에 있던 식기와 담요들을 도둑맞았다고 찾아오는 주민들이 많습니다. 부족 간에 싸움도 잦아져서, 서로 죽고 죽이는 지겨운 악순환이 다시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두 명의 목동이 총상을 당해 아강그리알 진료소에 실려 와서 요셉형제님으로부터 응급처치를 받았습니다.
부족 간의 복수전에서는 주로 남자 아이들이 희생됩니다. 야밤을 틈타 상대부족의 잠자고 있는 남자아이들을 쏴 죽이는 일은 두려움과 끔찍함을 넘어서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무디어졌는가를 보여주는 것 같아 너무도 슬픕니다.
비닐 하우스 안에서 영화를 보고 있는 남수단 아이들.
지난 몇 년간 평화로웠던 아강그리알도 이번에는 부족싸움에 술렁이고 있습니다. 이틀 전에는 남자 아이들 7명이 밤늦게 사제관을 찾아왔습니다. 밤사이 주르 족이 마을을 습격할지도 모른다는 소문에 겁에 질려 성당에서 재워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습니다. 저는 그날 밤 잠에 푹 빠진 나머지 총성을 못 들었는데, 미카엘 신부님 말로는 새벽에 총성이 여러 번 들렸다고 합니다.
복음을 믿고 신앙 안에서 살고 있는 이 아이들에게 폭력과 불안이 일상으로 자리잡은 남수단의 현실은 어떻게 비춰질까요? 분명한 것은, 이 아이들의 현실이 복음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암담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희망적인 이야기를 듣고 꿈을 꾸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희망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요즘 들어 아이들에게 다른 세계를 보여주고 경험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집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행복도 신앙이 주는 선물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세상을 꿈꾸기 위한 경험조차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토요일 밤, 아이들을 위한 영화 상영이 있었습니다. 비닐하우스 안에 설치한 스크린 앞에 모여 ‘마르첼리노의 기적’이라는 영화를 함께 시청한 아이들은 영화대사를 알아듣진 못하지만, 스크린에서 보이는 낯선 풍경과 인물들의 몸짓에 감탄하고 웃습니다. 웃고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기분이 흐뭇해집니다.
비록 영화를 통해 비춰지는 세계이지만, 그 단면을 통해서라도 남수단 아이들이 희망을 찾고 새로운 세상에 대한 꿈을 꾸게 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역시 복음을 통해서 진정한 희망과 새로운 세상을 향한 꿈을 선물해 주는 것은 교회의 몫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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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