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2박3일간 조지아·아제르바이잔 사목방문 마쳐
“자비와 일치, 평화 위해 서로 대화하자”
정교회·이슬람 지도자 만나 공동선 실현 위한 노력 강조
소수 가톨릭 신자들도 격려
시리아와 이라크에 평화를! 9월 30일 조지아 트빌리시 소재 시몬 성당을 방문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성당을 나서며 비둘기를 날리고 있다. 교황은 이곳에서 칼데아 가톨릭교회 신자들과 함께 시리아와 이라크의 평화를 위해 기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30일~10월 2일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 사목방문을 성공리에 마쳤다. 교황은 각각 정교회 신자와 무슬림이 대부분인 조지아와 아제르바이잔을 방문해 정교회와 이슬람과의 관계 증진에 힘썼으며, 소수 종교인인 가톨릭 신자들을 독려했다.
■ 코카서스 지역의 평화를 위해
9월 30일 조지아 트빌리시 공항에 도착한 교황은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대통령과 일리아 2세 조지아 정교회 총대주교의 영접을 받았다. 이어진 조지아 정부 관료와 외교사절의 환영회에서 교황은 러시아를 겨냥하면서 코카서스 지역의 각국 주권을 존중해 줄 것을 강조했다.
교황은 “집을 잃은 국민들이 집으로 돌아가고 각국의 주권을 존중할 방안을 찾아야 할 때”라고 밝혔다. 조지아와 러시아는 남오세티아 독립을 두고 끊임없이 분쟁을 일으켜, 지금까지 23만여 명의 난민들이 발생한 상황이다. 남오세티아의 독립은 러시아를 비롯한 소수 국가만이 인정하고 있다.
교황은 코카서스 지역의 문화적·인종적 차이를 존중하기 위한 결연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의 발전을 위해서는 모든 민족과 국가의 평화공존이 꼭 필요하다”면서 “누구나 평화롭게 같이 살며 자유롭게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교황은 트빌리시 소재 무두장이 시몬 성당에서 칼데아 가톨릭교회 신자들을 만났다. 이날 성당은 루이사 사코 바그다드 총대주교 등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온 칼데아 교회 주교들을 포함해 조지아의 칼데아 교회 신자들로 가득 찼다. 교황은 이들과 함께 전쟁 피해자, 특히 이라크와 시리아의 박해받는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기도했다. 교황은 기도회를 마친 뒤 성당 밖에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를 날렸다.
■ 정교회와의 일치를 위해
조지아 방문 이틀째, 교황은 트빌리시의 미헤일 메스히 스타디움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이날 미사에는 조지아 주재 외국인을 포함해 3000여 명의 신자들이 참례했다. 조지아는 국민의 80% 이상이 정교회 신자다. 라틴 예식 가톨릭 신자와 아르메니아 교회, 칼데아 교회 신자를 모두 합쳐도 인구의 2%에 지나지 않는다.
교황의 조지아 방문 모토는 “우리는 한 형제”였다. 교황은 정교회 신자들이 대부분인 조지아 방문을 통해 정교회와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맺고, 향후 동서방교회의 일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사실 조지아 정교회의 일리아 2세 총대주교는 최근 타 종교 지도자와의 만남에 소극적이었다. 조지아 정교회는 1980년대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에 적극 참여했지만, 최근 언어와 정교회 신앙 등 조지아의 정체성을 더욱 강조하면서 일치를 위한 노력에는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도 일리아 2세 총대주교는 직접 트빌리시 공항에 나와 교황을 영접했다. 교황 또한 파킨스병으로 거동이 불편한 총대주교의 팔을 잡아 주기도 했다.
일리아 2세 총대주교는 교황을 환대하며 “가톨릭과 정교회의 대화와 실질적인 협력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밝히고 “교황의 방문은 역사적이며, 하느님께서 두 교회를 축복해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에 교황은 일리아 총대주교를 비롯한 조지아 주교단을 향해 “세계는 자비와 일치, 평화를 갈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하느님께서는 가톨릭교회와 정교회 모두에게 두 교회 사이의 연결고리를 쇄신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우리가 주고받은 평화의 입맞춤과 형제애의 포옹이 이미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타종교에 대한 관용 강조
교황은 10월 2일 오전 조지아 방문을 마치고, 아제르바이잔 바쿠로 향했다. 아제르바이잔에 도착한 교황은 살레시오회가 운영하는 원죄 없으신 성모 성당에서 미사를 집전했다. 미사에는 아제르바이잔 전체 가톨릭 신자 570여 명 중 300여 명이 참례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 바쿠의 헤이다르 알리예프 모스크를 방문해 아제르바이잔 최고 이맘인 세이크 알라슈쿠르 파샤자데와 환담을 나눴다.
교황은 “모든 종교에는 타종교에 대한 관용 및 종교 간 협력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들은 우리가 추구하는 형제애와 나눔을 인정하지 않고 긴장을 유발해 이익을 얻으려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동선을 바라는 이들은 이러한 형제애와 나눔을 바라고 주님께 동정과 자비를 갈구해 우리의 아들과 딸이 하나의 인류로 일치하고 서로 대화하기를 바랄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에 대해 파샤자데 이맘은 “우리도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의 지도자로서 교황의 활동을 주목하고 있다”면서, 이주민 보호, 특히 테러에 대한 이슬람과의 관련성을 막으려는 교황의 노력에 감사를 전했다.
교황은 이 외에도 독립투사 기념비 참배와 정부 관료와의 만남, 종교 간 대화 기도회 등의 일정을 소화하고 로마로 귀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