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8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가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과 정부에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 정윤선 수습기자
경찰 물대포를 맞고 끝내 숨진 고 백남기(임마누엘ㆍ전 한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씨 시신에 대해 경찰이 사망원인을 밝혀야 한다며 부검 영장을 발부받았다. 유가족들은 경찰이 책임 회피를 위해 부검을 이유로 시신을 탈취하려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교회 단체들도 정부와 경찰 태도를 신랄하게 비난하고 나섰다.
서울중앙지법은 9월 28일 오후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 영장(압수수색 검증영장)을 발부했다. 경찰과 검찰이 백씨 사망원인을 밝혀야 한다며 진료기록을 보충해 재청구한 것을 법원이 받아들인 것이다. 다만 “유가족과 부검 절차를 협의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영장 발부 소식이 알려진 후 백씨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수백 명의 시민이 경찰 영장 집행을 막기 위해 몰려나와 한때 긴장감이 흘렀다.
유가족과 백남기투쟁본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 부검 집행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백씨 둘째 딸 백민주화(유스티나)씨는 “농민집회에서 물대포를 직사해 아버지를 숨지게 한 경찰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부검까지 하려 한다”며 “부검을 막을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아버지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교회 단체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남자수도회사도생활단장상협의회 정의평화전문위원회, 여자수도회장상연합회 생명평화분과는 9월 28일 오후 3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과 살인정권 규탄 천주교 선언’을 발표했다. “정부와 경찰은 악어의 눈물조차 흘리지 않는 파렴치한 범죄자들”이라며 “인간의 존엄을 버리고 금수로 세상을 살려는 것이냐”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살인자들은 응분의 죗값을 치러야 하고 하느님의 의인인 백남기 농민에게 진심 어린 사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살인의 진실을 밝히기 위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천주교인 모두의 마음을 모으는 운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10월 3일 현재까지 경찰은 유가족과 협의를 해야 하는 만큼 영장 집행을 당장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야당은 백씨 사건에 대한 특검 법안을 이르면 이번 주 국회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