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선출권 가진 새 추기경 13명 임명이 지니는 의미는?
유럽 대신 ‘아시아·아프리카’ 출신 늘려
‘교회의 보편성 추구’ 의지 드러낸 행보
방글라데시 교회 등에서는 첫 추기경 탄생
교황, ‘양떼 냄새’ 지닌 겸손한 사목자 선호
오는 11월 19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 13명을 서임한다. 이로써 교황은 121명의 선거권을 가진 추기경 중 44명을 임명하게 된다. 더욱이 이번 임명을 통해 과거 콘클라베와는 달리 유럽 추기경들이 가졌던 과반의 장벽이 무너지게 됐다.
10월 9일 이뤄진 교황의 이번 추기경 임명 발표는 지난 두 번의 추기경 서임과도 일맥상통한다. 교황은 교회의 ‘주변부’에 관심을 보이며, 교회의 보편성을 구현하려 노력했다. 교황은 ‘양떼의 냄새’를 지닌 겸손한 사목자를 선호했다. 특정 교구장이 자동으로 추기경직을 받았던 관례를 깨면서 유럽과 이탈리아의 영향력을 줄이려고도 노력했다. 또 교황청 부서에서도 장관(prefect)에게만 추기경직을 내줘 교황청 내에서도 추기경의 숫자를 제한했다.
이번 새 추기경 임명 발표에서도 그간 교황이 펼쳐왔던 노력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이날 14개국에 17명의 추기경을 임명하면서 추기경단의 보편성을 확대했다. 이번 발표로 11월 19일이면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의 수는 59개국 121명이 되고, 전체 추기경 수는 79개국 228명에 이른다.
교황은 이탈리아 출신이지만 주 시리아 교황대사로 8년간 봉직하며 용기 있게 자리를 지켜온 마리오 제나리 대주교를 명단 가장 위에 올렸다. 또 교황은 “제나리 대주교는 추기경 직위를 갖고 시리아 교황대사직을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두 번째 자리에는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방기대교구장 듀도네 자빠라잉가 대주교의 이름을 올렸다. 자빠라잉가 대주교는 폭력에 맞서 종교간 대화로 평화를 이끈 입지적인 인물이다. 교황은 지난해 11월 중앙아프리카를 방문해 방기대성당 자비의 희년 성문을 연 바 있다.
또 다른 사례로는 이슬람인이 대다수인 방글라데시의 다카대교구장 패트릭 드로자리오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이다. 교황은 내년에 방글라데시도 방문할 계획이다. 이 또한 ‘주변부’에 대한 그의 관심을 드러내는 행보다. 마찬가지로 베네수엘라 메리다대교구장 발타사르 포라스 카르도소 대주교와 멕시코 틀랄네판틀라대교구장 카를로스 아기아르 레테스 대주교, 브라질 브라질리아대교구장 세르히오 다 로차 대주교의 추기경 임명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이번 추기경 임명을 통해 방글라데시와 중앙아프리카, 모리셔스, 레소토, 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교회에서는 처음으로 추기경이 탄생했다. 또 방글라데시와 모리셔스, 파푸아뉴기니 교회는 교황 선출권도 갖게 됐다.
이번에 임명된 추기경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교회의 왕자’가 아닌 ‘겸손한 사목자’, ‘문화의 전사’가 아니라 ‘대화주의자’, 무엇보다 사목활동에서 자비를 베풀 줄 아는 사목자들을 뽑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교황은 앞으로도 주교나 추기경을 임명할 때 이러한 면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교황이 이번에 서임하는 추기경 중, 교황 선출권을 가진 유럽 출신은 단 3명 뿐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제나리 대주교와 스페인교회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마드리드대교구장 카를로스 오소로 시에라 대주교, 벨기에의 대화주의자로 떠오르는 지도자 요제프 데 케셀 대주교(메첼렌-브뤼셀대교구장)가 바로 그들이다.
이전 두 번의 추기경 서임에서 교황은 미국인 추기경을 뽑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시카고대교구장 블레이스 쿠피치 대주교 외에 최근 교황청 평신도가정생명부서 장관으로 임명된 케빌 퍼렐 주교, 인디애나폴리스대교구장 조셉 토빈 대주교 등 3명의 미국인을 추기경으로 임명해 미국교회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드러냈다. 토빈 대주교는 대화주의자로 구속주회 총장, 교황청 수도회성 차관을 지내기도 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