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5일 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성당 강당에 모여 남수단으로 보낼 치마를 제작하고 있는 신자들. 사진 이승훈 기자
우리 바로 곁에 있는 이웃과 나누며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구라는 ‘공동의 집’에 살고 있는 우리는 해외에 있는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을 위한 자비의 실천도 잊어서는 안 된다. 현지의 삶을 조금만 더 이해하고 고민하면 다양한 나눔을 실천할 수 있다. 치마를 만드는 재능기부로 해외선교지 이웃들과 나눔을 실천하는 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본당, 책을 기부 받아 가난한 선교지에 보내주는 나눔 현장을 찾았다.
■ 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본당
치마 350벌 ‘재능기부’로 제작
10월 5일 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성당 강당. 신자들의 손길이 분주하다. 원단을 재단하고, 재봉틀로 박음질하고, 손바느질로 단을 정리하고, 다림질을 한 후 포장하기까지. 호흡이 척척 맞는다. 손은 바삐 움직이지만 강당에는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바로 수원교구 성복동성마리아요셉본당(주임 유승우 신부) 신자들이 남수단 신자들에게 보낼 치마를 제작하고 있는 모습이다.
본당이 치마를 보내고자 한 계기는 교구 해외선교부를 통해 남수단 선교지의 사정을 들으면서다. 공산품을 구하기 어려운 남수단 현지 여성들에게 치마는 소중한 존재다. 수원교구나 국제기구에서 구호물자로 보내오는 의류도 남녀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의와 바지가 대부분이라 치마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정을 전해들은 본당은 사회복지분과를 중심으로 치마 제작을 결정했다. 처음해보는 작업이었지만, 어려움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취지에 공감한 많은 이들이 각자 자신의 재능을 기부한 덕분이다.
의상을 전공한 신자는 치마를 디자인했고, 또 다른 신자 몇몇은 집에 있는 재봉틀과 다리미를 성당으로 들고 왔다. 천을 구입하기 위해 찾은 동대문시장 ‘영복사’에서는 천 구입 이유를 듣고, 천을 저렴하게 팔았을 뿐 아니라 자투리 천을 모아 주기도 했다. 9월 20일부터 시작한 제작 작업에는 본당 신자 14명이 참여했다. 소식을 듣고 온 타 본당 신자와 본당 전교수녀도 함께했다. 그렇게 3주에 걸쳐 40시간 가량 작업한 결과 350벌이 넘는 치마를 만들 수 있었다. 제작에 들인 비용은 50여 만 원에 불과 했다.
본당이 만든 치마에는 남수단 신자들을 향한 배려도 담겼다. 어떤 체형이든 쉽게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했고,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을 위해 3가지 사이즈로 만들었다. 또 재봉이 어려운 현지 사정을 고려해 치마단을 넉넉하게 잡아 손쉽게 길이를 늘일 수 있도록 했다. 포장지가 현지에서 쓰레기가 되지 않도록, 재활용할 수 있는 지퍼백에 치마를 넣었다.
치마 제작에 동참한 소미자(베네딕다·본당 사회복지분과장)씨는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일인데, 재능기부를 하려는 좋은 분들이 곳곳에서 모여 치마를 만드는 일이 축제처럼 느껴졌다”면서 “함께 모여서 좋을 일을 하니 ‘행복 바이러스’가 퍼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 서울국제학교·한솔케미칼
7000여 권 책 모아 분류·정리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남수단. 먹을 것 입을 것도 모자라지만, 가장 부족한 것은 책이다. 나라의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위해 책은 유능한 선생님 만큼이나 귀한 자원이다.
10월 9일 토요일 수원교구 성남동성당 옆에 자리한 ‘성남 안나의 집’에는 수천 권의 영어책들이 쌓여 있었다. 대상과 종류별로 분류해 컨테이너에 넣기 좋도록 일일이 박스에 넣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분류, 정리된 책들은 연말에 수원교구 신부들이 파견돼 있는 남수단 아강그리알과 쉐벳으로 가는 컨테이너에 실려, 현지 성당 도서관이나 인근 학교로 보내진다.
손이 많이 가는 이날 작업을 위해 자발적으로 봉사에 나선 이들은 서울국제학교 아트 드필리포(Art DeFilippo) 초등학교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 그리고 한솔케미칼(대표이사 박원환) 직원 10여 명이다. 이날 모인 책들 역시 이들이 알음알음으로 지인과 친지들에게 청해 모은 것들이다.
지난 6월에 일차로 모은 것과 이번에 기증 받은 것을 합쳐서 모두 80여 박스, 7000여 권에 달한다. 이미 지난해에도 서울국제학교 선생님들을 중심으로 책을 기증 받아 6000권 분량을 남수단으로 보낸 바 있다.
책 보내기 운동을 주도한 아트 선생님은 서울국제학교에서만 8년째 초등학교 교장직을 맡으면서, 교사와 학생들이 사회 봉사와 책 나눔에 동참하도록 이끌고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기도 한 아트 교장은 “책 나눔은, 책을 보내는 한국과 책을 받는 아프리카나 아시아의 아이들을 서로 이어줄 수 있는 연결의 도구”라면서 “영문 서적을 상대적으로 쉽게 모을 수 있는 다른 국제학교들에서도 이러한 캠페인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신앙이 기반이 된 ‘매일 이웃 돕기’(HOPE, helping other people everyday)라는 개인적 모토를 바탕으로, 그가 학교와 개인 생활에서 보여준 모범은 셀 수 없을 정도이다.
특히 하이엔 태풍 피해 지역인 필리핀 타클로반의 32개 초등학교에도 책 1만 5000권을, 탄자니아에도 5000권을 보냈다. 이런 일들은 특히 혼자가 아니라 함께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기에 더욱 뜻깊다.
다양한 자원 봉사와 기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한솔케미칼도 지속적으로 책 보내기 운동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
이승훈 기자 (josep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