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우리소리합창단과 예수고난회 수사들이 함께한 무대.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국악성가연구소로 삼삼오오 형제자매들이 모여듭니다. 때로는 밝고 명랑한 얼굴로, 때로는 피곤에 지쳐 초췌한 얼굴로. 그러나 발성 연습을 하고 국악성가를 한 차례 신나게 부르고 나면 모두들 얼굴에 화색이 돌며 생기가 넘칩니다. “확실히 성가는 기도구나! 그리고 기도는 우리에게 생기를 북돋워 주는구나” 하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게 되지요. 바로 ‘우리소리합창단’ 이야기입니다. 2009년 사무실 개설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하게 추진했던 일이 서울에 국악성가 합창단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제3회 국악성가축제가 서울 왕십리성당에서 열렸던 관계로 그곳 지휘자님과 친분을 맺게 됐고, 서울 합창단 창단 계획을 말씀드리자 적극적으로 나서주셔서 초대 단장을 맡아주실 분을 추천해 주셨습니다. 그런데 그 형제님은 이미 맡고 있는 일이 있어 그 부인에게 부탁을 드리게 됐습니다. 2009년 7월에 자매님을 만나 사정을 말씀드리고 도움을 청했지만 초대 단장이란 직책을 몹시 부담스러워 하셨습니다. 그러나 꾸준한 설득 끝에 10월경 마침내 단장직을 맡겠노라는 수락을 받아 합창단 창단은 급물살을 타게 됐습니다. 2개월여 준비과정을 거쳐 12월 오디션을 통해 25명의 첫 단원들이 모집됐고 2010년 1월 25일 사도 성 바오로 개종 축일에 서울 강남장애인복지관에서 창단미사를 봉헌하게 됐습니다. 참 감회 깊은 일이었습니다. 드디어 수도 서울에 국악성가합창단이 생겨난 것입니다. 합창단은 창단 이듬해 8월 29일 ‘천주교 서울대교구 국악성가합창단’이라는 명칭으로 서울대교구의 정식인준을 받았고, 2013년 12월 14일 총회에서 ‘우리소리’로 합창단 명칭을 바꾸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25명 남짓으로 시작한 합창단은 그동안 꾸준히 성장해 현재 40여 명의 단원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단체로 발전했습니다.
우리소리합창단은 창단 첫해부터 크고 작은 행사들을 치르기 시작해 지난 7년간 참 많은 활동을 했습니다. 절두산, 배론 등지의 성지미사를 비롯해 서울, 원주, 춘천교구 등 여러 본당의 초청을 받아 음악회를 가졌습니다. 특히 춘천교구 강릉 입암성당의 축성식 미사가 기억납니다. 쩌렁쩌렁 울리는 국악성가를 통해 참석한 주교님과 신부님들은 물론 성당을 가득 메운 신자들 모두가 뜨거운 기도의 열기에 취해 하느님을 찬미하는 감동의 시간이었지요. 또한 2011년 10월 27일 서울 역삼동성당에서 열린 창단연주회를 시작으로, 2012년 수원교구 분당 성요한성당, 2014년 KBS 연주홀에서 열린 세 번의 정기연주회는 매회 2000명 가까운 관중을 동원하며 노래하는 단원들은 물론 청중들 모두가 국악성가를 통해 하느님의 은총을 뜨겁게 체험하는 감동의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예수고난회 한국진출 50주년 경축을 겸했던 제3회 연주회에서 합창단과 수사님들이 함께한 마지막 무대는 청중들이 모두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릴 정도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작년에는 춘천교구 솔모루성당에서 네 번째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올해는 수원교구 수리산성지와 동부시립병원에서 미사 봉사를 하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 많은 분들이 합창단을 위해 봉사해주셨습니다. 임원을 맡아 수고해주신 모든 분들, 특히 역대 단장님들과 지휘자님들, 반주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우리소리합창단을 거쳐간 모든 분들과 현재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는 단원들 한 분 한 분에게 주님의 은총 가득하기를 기도합니다.
강수근 신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 수도회 한국관구
1992년 사제로 서품됐다. 미국 메리우드대학 음악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로마 교황청립 성음악대학 작곡
과를 수료했다. 현재 국악성가연구소 소장과 우리소리합창단(서울) 담당 사제를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