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조종사가 된 후 소리에 아주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항공기를 조종할 때 평소와 다른 소리가 들리면 그 소리의 출처를 알아낸 후에야 비행을 합니다. 왜냐하면 항공기에 이상이 생기면 가장 먼저 나타나는 징후 중에 하나가 평소와 다른 소리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유능한 조종사는 항공기 소리만 듣고도 항공기의 결함여부를 감지해내곤 합니다.
15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비행임무를 준비하던 중이었습니다. 항공기 시동을 걸었는데 엔진 돌아가는 소리가 평소와는 뭔가 달랐습니다. 그래서 부조종사에게 물었습니다. “이 준위! 엔진소리가 좀 이상하지 않니? 뭔가 이상하게 기분 나쁜 소리가 나는 것 같은데, 너도 들리니?” 부조종사는 “네! 뭐라고 콕 집어서 말할 수는 없지만 조금은 이상한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저는 정비사를 불렀고 점검 결과 항공기 엔진에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심리학 용어에 ‘선택적 주의’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선택적 주의란 ‘외부 환경에서 들어오는 다양한 정보 가운데 특정한 정보에 주의하는 것으로 현재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조종사들이 항공기에서 나는 소리에 예민하게 관심을 집중하듯 여러 가지 소리 중에서 자신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만을 듣는다는 의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랑을 맞으러 나간 열 처녀의 비유를 들으시면서 ‘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마태 25,13)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깨어 있어라’는 자지 않고 눈을 뜨고 있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일상생활 속에서 ‘하느님의 뜻은 어디에 있는가’에 오감의 촉을 예리하게 세우고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겁니다. 즉 ‘진정으로 깨어 있다는 것’은 늘 하느님께 초점을 맞추는 선택적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매 순간 저에게 성령의 소리를 보내주십니다. 그러나 저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아침 출근길에 성당에 들러 성체조배를 합니다. 성호경과 주모경을 바치고 마음을 가라앉힌 후, 하느님의 말씀을 들으려고 노력합니다.
대부분의 날은 잡다한 생각과 분심으로 아무런 감흥 없이 일어서곤 합니다. 그러나 가끔은 제 마음 저편에서 울리는 하느님의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요셉! 뭘 그렇게 고민하니, 욕심을 버려야지! 그건 네가 욕심을 부린다고 되는 것이 아니야.” 또 어떤 날은 “요셉! 좀생이처럼 그러지 말고 마음을 넓게 가지고 안아줘. 네가 좀 더 포용력을 가지면 마음의 평화가 올 거야.”
저의 경우를 보면 하느님의 말씀을 잘 듣는 데에도 요령이 있어야 합니다. 먼저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혀야 합니다.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머리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하나 자연스럽게 흘려보냅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어느새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면서 잡념이 사라지고 하느님의 소리를 듣게 되는 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