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본당에 부임하면 처음에 여러 교우들이 가까이 다가온다. 어떤 형제가 “운동을 하냐”고 묻기에 그렇다고 대답하자, 그 형제가 반가운 얼굴로 “그러면 언제 한번 같이 나가자”고 제안하면서 이곳저곳 골프장의 이름을 대는 것이었다.
그때서야 그 형제가 말하는 운동이 골프라는 것을 알고, ‘저는 골프는 못 배웠고 등산이나 볼링 같은 것을 한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분은 ‘운동 = 골프’라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 같고, 나는 ‘운동 = 이것저것’이라고 여겼던 것 같다.
한동안 운동을 했더니 몸이 조금 좋아졌다. 신자들도 그렇게 느꼈나보다. 어떤 형제가 “신부님, 살이 빠진 것 같네요. 요즘 운동을 하셨나봐요”라면서 어떤 운동을 했는지 묻기에 요즘 관악산 등산을 여러 번 했다고 답했다. “당연히 정상은 가시지요?”라고 말하기에 중간에 있는 약수터까지만 간다고 대답하니, “에이, 약수터까지만 가는 것이 무슨 등산이고 운동이에요?” 하면서 코웃음을 쳤다.
아니, 내가 나름대로 열심히 운동해서 살도 좀 빠지고, 몸도 좋아지고, 건강해져서 행복하고, 또 본인도 그렇다고 인정을 해놓고는 나중에는 그건 운동도 아니라고 하니. 그럼 나는 어떻게 살이 빠진 걸까? 이분도 운동에 대해서 나와는 다른 개념을 가진 것 같다.
주임신부가 어떤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본당 봉사자들도 함께하는 운동이 다른 것 같다. 아무래도 봉사자들이 주임신부의 취향에 맞추려고 노력을 한다. 또 반대로 총회장이나 본당 봉사자들이 하는 것을 사제가 따라서 하기도 한다.
나도 봉사자들을 따라서 당구를 몇 번 쳐 보기도 했는데 나에겐 어려운 놀이다. 잘못 친 것을 장난삼아 한 번 물렀더니 두고두고 그 이야기를 한다. 에구. 어쨌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 인간 세상의 모습이다.
골프는 못 배웠다고 말하는 나를 바라보는 총회장들의 모습이 다양하다. 아쉬운 표정 같기도 하고, 아주 밝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물론, 내 입장에서는 밝은 모습이 더 많았던 것 같다. 한 분은 총회장을 맡자마자 골프채를 창고에 넣었다고 한다. 사업하면서 필요할 테지만 그래도 본당에 좀 더 봉사하고자 하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고마웠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기도 하다. 나라에 무슨 일만 있으면 먼저 나오는 조치가 ‘공직자 골프 금지령’이다.
흐릿하게 말하지만, 그 내용은 골프를 자제하라는 것이다. 물론 근무시간에 그러면 안 되지만, 개인의 운동 종류까지도 나라가 금지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면 이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의 정서와 따른 특별한 모습인 것 같다. 이제는 조금 바뀌는 분위기이지만….
요즘은 우아하게 포도주를 간단히 마신다거나 함께 영화나 문화생활을 즐기는 방법으로 회식 문화도 많이 변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오랫동안 음주를 즐겼지만 이제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흐르면 젊은 사람은 다들 집으로 가려고 한다고 한다.
놀 거리가 없고, 놀이 문화가 부족한 시기를 벗어나서 새로운 방법으로 휴식을 취하고 동료애를 느끼려는 움직임이 크다. 사제들의 운동만이 아니라 우리 교회 내에서도 기존의 모습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놀이 문화와 휴식 문화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며칠 전부터 탁구기계를 사서 사제관에 놓고 틈틈이 공을 친다. 걷는 것보다는 조금 더 운동이 되고, 집안에 있으니 자주 할 수 있어서 좋다. 조금 더 연습해서 청년들하고 시합을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