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있는 이곳에서 흔한 풍경은 초목으로 우거진 숲과 그 사이에 숨겨져 있는 넓은 들판입니다. 비가 끊임없이 내리는 우기에는 빛나는 초록색, 그리고 태양이 이글거리며 땅 위의 모든 것을 말려버리는 건기에는 붉은색 또는 황금색으로 온 땅이 뒤덮입니다. 이곳의 풍경은 아름답지만 너무도 단조롭게 느껴집니다. 자연이 보여주는 모습에 사람들의 삶이 닮아가는 걸까요? 어찌되었든 제가 느끼는 바로는, 이곳 딩카 사람들은 도무지 ‘무엇을 가꿀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곳 사람들은 지나가는 길에 썩은 나무 둥치가 떨어져 길을 막고 있어도 그 누구도 치울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냥 돌아서 가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집 주변에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어도 집 주변으로 살짝 밀어놓고 말지요. 자신이 살던 흙집이 오래되어 무너지면 그 옆에 새로운 집을 짓고 살지만, 흉물스럽게 남아 있는 예전 집은 정리하지 않은 채 그대로 둡니다. 딩카 사람들에게는 먹고 자는 데 관련되지 않는 일 혹은 가족 또는 가축의 수를 늘리는 데에 관련되지 않는 일이라면 그다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닙니다.
몇 년 전에 쉐벳에 계시는 남미 수녀님들의 수녀원에 초대를 받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수녀원 입구에서부터 건물 앞마당까지 잘 정돈된 정원과 꽃밭은 제게 큰 영감을 주었습니다. 텃밭을 가꾸는 일은 친숙하지만, 꽃밭을 가꾸는 취미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단조로운 풍경과 더 단조로운 선교지의 일상 속에서 꽃이 정서에 주는 풍요로움은 제게 깊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남수단 아강그리알 사람들이 사제관의 꽃밭에서 자신의 집에 옮겨 심을 채송화를 꺽고 있는 모습.
한국에서 가져온 채송화 씨로 작년부터 꽃밭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조금씩 확장되는 꽃밭을 보는 것은 즐거움이었습니다. 올해 우기를 거치면서 채송화 꽃은 무섭게 불어났습니다. 채송화는 그냥 꺾어서 땅에 꽂으면 뿌리를 뻗고 옆으로 번져갑니다. 비가 온 직후 촉촉한 땅에 채송화를 꺾어다 심어놓으면 몇 주 후 사방형으로 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법 큰 꽃밭이 만들어지자 사제관을 오가던 마을 사람들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아침마다 햇살을 받고 활짝 피어있는 채송화를 본 사람들은 아마도 제가 꽃을 가꾸며 느꼈던 풍요로움을 함께 느끼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마을 여인들을 불러서 채송화를 꺾어 옮겨 심는 것을 보여주고 원한다면 얼마든지 가져가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모두들 솔깃한 표정이었습니다. “아빳~(좋다)”을 연호하며 채송화를 꺾어갔습니다.
내년 이맘때쯤이면 마을의 많은 집에서 채송화 꽃밭을 보게 될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꽃을 보면 우울하던 마음도 사라지고 미소를 짓게 됩니다. 꽃밭을 가꾸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온갖 불안과 부정적 요소가 사라지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정서적인 풍요로움 안에서 모두가 행복을 느끼게 되기를 소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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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협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