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개신교·불교, ‘조선소 하청노동자 고용안정을 위한 기도회’ 열어
‘종교’ 달라도 억울한 이들 위한 마음은 하나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업의 사회적 배려 촉구
10월 18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열린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도회’. 말씀의 전례를 집전하고 있는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장 정수용 신부.
거세게 불어닥친 조선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리 없이 스러지는 하청노동자들의 아픔에 함께하려는 종교인들의 몸짓이 이어지고 있다.
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위원장 정수용 신부)는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인권센터 등과 함께 10월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조선소 하청노동자의 고용안정을 위한 기도회’를 열었다.
3대 종단 종교인들은 이날 기도회에서 조선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여파로 해고를 당하거나 해고 위기에 놓인 하청노동자들을 위한 사회적 배려를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특히 물량팀 노동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물량팀’은 조선소에서 일정한 작업 물량을 하청 받아 일하는 팀 단위 노동자로, 팀장은 사장과 작업반장의 역할을 겸한다.
정수용 신부는 “우리 시대 탐욕의 경제가 공동선의 경제, 인간에게 봉사하는 경제를 가로막고 있다”면서 “공정한 구조조정, 약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구조조정이 될 수 있길 기도한다.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효율성의 경제가 아닌 도덕성의 경제가 될 수 있기를 다 함께 기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또 경영 실패의 책임을 돌아보지 않는 기업과 고용 안전망은 구축하지 않은 채 구조조정 미명 하에 해고만 종용하는 정부를 비판하며 국민들의 관심을 호소했다.
‘거제통영고성 조선소 하청노동자 살리기 대책위원회’ 송태완씨는 “종교인들이 함께 기도해주시고 힘을 모아주시면 하청노동자들이 억울하게 대책 없이 거리로 내몰리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3대 종단 종교인들은 6월 1일 서울 조계사에서 긴급토론회를 열고 조선소 위기와 대량해고 사태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한 바 있다. 당시 토론회에서는 조선업 위기로 이미 2015년에 1만5000여 명이 해고된 상황에서 2016년 6월 이후 5만여 명이 추가 해고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다.
조선업계에 종사하는 조선소 하청노동자 수는 14만여 명으로 추산된다. 조선업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2014년부터 지금까지 하청노동자 3만여 명이 해고되거나 다른 직장으로 이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상덕 기자 sa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