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사회에 진입했고, 머지않아 초고령 사회에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노인 인구가 많아지고, 100세까지 살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이 긴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까? 자신의 처지에 맞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면 좋은데, 어느 정도의 나이가 지나면 일을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사제들은 이러한 노인 문제에서 벗어나 있을까?
세월의 흐름 속에 노인이 되었어도 사제품을 받았을 때의 모습으로 사목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제로서 살다가 이 세상의 마지막 삶도 사제로서 보내기를 원하는데, 사목자의 모습으로 살아갈 방법은 무엇일까?
그동안 우리 교구는 원로사목자들에게 많은 배려를 해왔다. 사제로서 살아간 수고에 감사하며 노년에는 편안하게 살면서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준비를 하실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동안은 은퇴를 하는 사제의 수가 많지 않았지만, 이제는 은퇴한 상태로 있는 기간이 길어지고 앞으로는 해마다 은퇴하는 사제의 수도 증가할 것이다.
1983년에 반포된 보편교회법전은 75세에 본당 신부의 직무를 그만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다른 직책은 그대로 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교회에서는 만 65세 이상의 사제가 희망하고 교구장이 이를 받아들일 때에 교구의 정규적인 직책을 받지 않을 수 있다고 변경했다. 본당 신부의 직책만이 아니라 다른 직책까지도 모두 은퇴하도록 만든 것이다. 교구는 만 70세가 되면 은퇴를 하도록 하고 있다. 이 3가지 가운데 어느 것이 좋을까?
여기에 ‘은퇴 사제’와 ‘원로사목자’의 차이가 있다. 은퇴를 하면 직책을 맡지 않고 그 일조차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가 느껴진다. 하지만 원로사목자라고 하면 아직도 사목을 하는 사제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한번 사제는 영원한 사제라고 교회는 말하고 있지 않는가?
사목자로서 남기 위해서는 나이만을 보기보다는 각 개인의 상황을 잘 판단해 가능한 한 본당 신부로 살 수 있도록 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도 여러 방법을 통해 현직에서 최대한 머물도록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물론 젊었을 때와는 달리 원로의 상황에 맞는 역할을 하도록 여러 여건을 먼저 배려해야 할 것이다.
말 그대로 원로사목자로서 할 수 있는 방법은 지금도 많이 생각할 수 있다. 본당의 사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으면서 본당을 도와주는 성사신부, 성지에서 고해 성사와 상담을 도와주는 신부, 신학교에 거주하면서 신학생들에게 영적인 힘을 주는 신부가 될 수 있다. 또 사회복지기관이나, 청소년 관련 시설에서 사목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원로 사목자는 노인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니 노인, 특히 가난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노인을 위한 시설이나 사목 부분에서 좋은 결실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물론, 고려해야 할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면 좋은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원로 사목자들의 삶은 성소와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원로 사목자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부모가 자녀에게 사제가 되라고 하거나 아니면 포기하라고 말 할 수도 있다. 쓸쓸한 노인 같은 원로 사목자의 모습을 보고도 사제가 되라고 자녀에게 권유할 부모는 많지 않을 것이다.
사회에서도 노인이 되는 준비를 미리 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제들도 세월이 흐르면 나이가 들고 노인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 젊을 때부터 노인 시절을 잘 준비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