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0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열린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학술 발표회. 이날 발표자들은 교회 내 사료 및 사료 관리 현황과 다양한 사례들을 살피고,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요소와 영역들을 점검했다.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김준철 신부)가 주최한 이번 학술 발표회는, 2017년부터 10년간 추진할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 사업의 향방을 모색하는 첫 번째 장이었다. 이후 추진위원회에서는 관계 기관들의 책임자와 실무자들, 교회사 사료들을 소장하고 있는 수도회 관계자 등과의 합동 회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심과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다. 발표회는 총 4개 발제와 각각의 논평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는 현재 한국 천주교회 내 사료 및 사료 관리 현황과 다양한 사례들을 살펴봤다. 또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검토돼야 하는 요소와 영역들을 점검하고 기초적인 제안들을 발표했다. 이러한 현황 파악과 제안들은 이후 사업 추진 과정에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모든 발표자들은 “교회 사료 목록화 추진 사업에서는 자료 소장처와 관계자들의 협조와 적극적인 참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첫 발제자인 이영춘 신부(호남교회사연구소장)는 “사료를 포함한 모든 신앙유산에 대한 관심이 절실하다”면서 “사료 목록화 사업의 첫걸음은 역사적 맥락과 의미를 갖고 있는 사료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4개 주제 발표 요지다.
■ 제1주제 한국 천주교 사료 관리 현황 - 전주교구를 중심으로
“교회 유물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 급선무”
- 이영춘 신부(호남교회사연구소장)
전주교구는 신앙 문화유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지만, 형편상 사료 보존에 큰 힘을 싣지 못해왔다. 다만 김진소 신부(전주교구 원로사목자)가 30년 이상 사료 발굴과 수집, 보존을 위해 꾸준히 헌신해왔다.
교구 문서고에도 사료가 보존돼 있고, 역사가 오랜 본당과 성지들도 유물과 문서 자료들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여건상 대부분 분류, 정리되지 못했고 보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남교회사연구소는 2015년 3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교구 지원으로 목록화 작업을 본격적으로 추진, 1년 6개월여의 시간을 들여 1960년대까지의 천주교 관련 교서, 문서, 첨례표, 미술품 등을 정리했다.
추후 작업은 해제 작성과, 목록 자료집 발간, 연구소 외부 자료를 목록화 하는 일이다. 나아가 사료 전체를 디지털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사료 목록화를 위해서는 첫째, 많은 장비와 인력, 재정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둘째, 연구소에 사료의 보존 관리를 위한 시설과 장비가 설치돼야 한다. 셋째, 정리되고 목록화 된 자료를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안과 규정이 마련돼야 한다.
사료 보존과 관리, 목록화 작업, 활용 등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료를 포함한 모든 신앙유산에 대한 관심이다. 교회의 유물 관리에 대한 인식 전환이 반드시 필요하다.
■ 제2주제 한국사 사료 디지털화 작업의 사례를 바탕으로 ‘한국천주교사료목록화사업’에 드리는 제언
“디지털화 통한 체계적 전자사료관 구축되길”
- 류준범 편사연구관(국사편찬위원회)
어떻게 하면 다양한 소장처에 소장돼 있는 자료를 하나의 체계적인 목록 시스템으로 정리할 것인가? 또 체계적으로 정리된 목록 시스템을 어떻게 원활하게 활용할 것인가? 여기에서 현재 대개의 사료 목록 또는 원문 데이터베이스는 디지털 환경을 전제로 한다.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 사업은 ‘전자사료관’ 사업으로, 한국 교회의 사료 목록화 사업과 매우 유사하다. 따라서 국편 전자 사료관 구축 과정과 결과물은 교회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국편은 사료 원문의 검색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사업도 수행하고, 그 결과를 한국사데이터베이스(http://db.history.go.kr)를 통해 일반에 제공한다. 이 사례도 ‘사료 정보의 디지털화’라는 측면에서 참고가 될 것이다.
국편 전자 사료관의 예를 참고할 때, 천주교 관련 사료의 정리를 위해서는 ▲사료의 계층적 정리 방안 ▲사료 단위의 설정과 식별 ▲메타데이터 세트의 설정 ▲메타데이터 작성을 위한 지침 작성 ▲사료 목록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제작과 활용의 주제들을 점검, 수행해야 한다.
국편 전자 사료관과 마찬가지로 한국천주교회의 사료 목록 역시 전산시스템을 이용해 이뤄지고, 최종 결과물의 활용도 웹 기반 사료 목록 데이터베이스 형태로 이뤄질 것이다. 원사료의 디지털 이미지를 목록과 연계해 서비스하는 것도 목표 중 하나다.
■ 제3주제 한국 교회사 아카이브 시스템의 전망
“전국 규모 자료 수집·공유 위한 시스템 필요”
- 김익한 교수(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전국 규모의 교회사 자료 수집과 공유가 이뤄진 적이 없다. 각 연구소의 자료 관리 능력, 연구소들을 총합할 수 있는 네트워킹 도구의 마련 여부가 자료 수집과 공유의 성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이다.
아카이브 시스템은 ▲작업을 편리하게 하고 공동 작업을 가능하게 하며, ▲집적된 자료를 공유 가능하게 한다. ▲개별 연구소나 소장 기관의 성장을 지지해준다는 점에서 사료의 수집과 공유에 기여할 수 있다. 오늘날 아카이브 시스템은 기관별 개별 서버와 독립 시스템을 배타적으로 운용하는 종래의 방식에서 탈피해 상호 운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교회사 자료의 특징은 여러 기관에 산일돼 있고, 자료 자체가 난해하며, 교회사 자료 집성 사업 범위가 1960년대 이전이므로 대부분 아날로그 자료라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을 고려할 때, 교회사 자료 시스템은 ▲분산과 통합의 균형을 지향하는 네트워크 시스템 ▲상세 기술과 해제 등을 포함하는 지식 전달 시스템 ▲공유를 극대화하는 디지털 콘텐츠 시스템의 성격을 지녀야 한다.
서둘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10년간 지속될 사업이므로, 2년 정도 자료 집성 사업을 진행하면서 시스템 구축에 들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어 적어도 5년차부터는 시스템을 통해 공동 작업을 진행함과 동시에 구축된 데이터들의 연계 서비스를 시작해야 한다.
■ 제4주제 한국 천주교의 사료 분류 체계와 통합 관리 방안을 위한 기초 연구
“표준화된 분류 체계와 일관된 원칙 마련해야”
- 차기진 박사(양업교회사연구소장)
한국 천주교 사료 목록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먼저, 각 소장 기관의 자료를 조사해 정리할 표준화된 분류 체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사료를 통합 관리할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 여러 교회 기관의 사료 실태와 분류 체계, 기록 관리의 여러 분류 체계 등을 참고할 때, 천주교 통합 사료의 분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차 분류: 국내 및 해외 사료 ▲2차 분류: 국내 사료는 주제(일반 도서), 특수 목적(고서 고문서), 장르(유물) 기반, 해외 사료는 소장처별 구분 ▲3차 분류: 2차 분류 이후의 세부 분류 형식, 단 해외 사료는 제외.
사료의 통합 관리 방안을 위한 데이터베이스 구축은 첫째, 기존의 사료 소장 기관 중에서 한 기관을 선정해 파일럿(pilot)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단계, 둘째, 기존에 수집한 사료들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단계, 셋째, 새로 수집한 사료들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가는 단계의 순서로 추진된다. 국내 사료의 데이터베이스는 지역별, 교구별 사료군으로 구축하거나, 사료 종류별로 구축할 수도 있다.
기록 관리 메타데이터의 사용 목적은 첫째, 기록 속성을 통해 데이터 자체를 확인하고 둘째, 데이터를 검색하는 것이다. 메타데이터 설계는 향후 사료의 통합 관리를 위해 반드시 선행돼야 하고, 상이한 사료들은 물론 관련 사항들을 일관성 있게 포괄적으로 기술할 수 있는 표준화된 메타데이터가 필요하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