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봉 회장은 “우리는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을 믿는 그리스도인인 만큼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고 말한다.
“점점 죽음을 잘 생각하지 않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요. 사실 잘 살려면 죽을 준비도 잘해야 합니다.”
교구 연령회연합회 박승봉 회장(토마스 아퀴나스·70·수원대리구 조원동주교좌본당)은 “죽은 이를 위한 활동이 곧 살아있는 자신을 위한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태어나는 것도 혼자 준비할 수 없는 것처럼 죽음도 혼자 준비할 수 없다”면서 “‘모든 성인의 통공(通功)’을 믿는 그리스도인인 만큼 죽은 이들의 영혼을 위해 기도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체험을 통해 죽은 이를 대하는 교회의 따뜻한 마음을 느꼈다. 박 회장이 중학생이던 시절, 부친이 선종했을 때 집안의 기둥을 잃고 낙담한 가족들을 챙겨주고 도와준 것이 바로 본당 연령회였던 것이다. 그 모습이 기억에 남아 유교식 제사와 가톨릭상장례의 차이를 공부했고, 이런 공부가 자연스럽게 신앙으로 이어졌다.
박 회장은 “저는 어렸고 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던 것을 본당에서 도와줬다”면서 “그 이후로 가족이 모두 입교하고 신심 깊은 가정이 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 역시 연령회 활동을 하면서 입교하는 이들, 개종하는 이들, 냉담을 풀고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는 신자들을 많이 봐왔다. 무엇보다도 힘들고 어려움을 겪는 신자들을 위로하고 힘을 줄 수 있다는 것은 큰 보람이었다.
“신자가 아닌 가정에서도 제사 때는 자녀들을 모두 데려가 제사를 지내지 않습니까. 그럼 자녀들은 때가 되면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을 배우고, 제사하는 방법을 알게 되지요. 이런 산교육이 교회의 장례와 연도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 회장은 가톨릭상장례와 연도 등 죽은 이를 위한 교회의 문화가 젊은 세대들과 멀어지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실제로 연령회에서 활동하는 회원들의 나이 대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는 “연령회는 젊은 신자들이 하면 더욱 보람을 느끼고 신심을 함양할 수 있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잘 전해지지 않은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 “유가족 중에는 젊은 사람들도 많은데 젊은 신자들이 연령회 활동을 한다면, 그들의 눈높이에서 소통하고 위로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죽은 이들에게는 무엇보다도 기도가 필요합니다. 연도를 바칠 때 박자나 음정에 민감한 분들이 많은데, 그런 것들보다도 기도하는 마음이 더 중요하지요.”
박 회장은 ‘기도’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하느님 안에 한 형제자매인 신자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마땅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기도를 하는 그 마음 자체로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는 “내가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처럼 내가 죽을 때도 신자들이 저를 위해 기도해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우리는 모두 죽게 될 사람들이잖아요. 형제자매, 바로 우리 가족이 죽었는데 누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위로하겠습니까. 이 위령성월에 모든 신자들이 관심을 갖고 연령을 위해 기도했으면 합니다.”
▨ 교구 연령회연합회는?
연령회는 연령(煉靈), 즉 연옥의 영혼들을 위한 활동을 하는 사도직단체다.
선종한 신자들이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상장례와 연도를 맡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사랑을 실천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교구 연령회연합회는 각 본당에서 활동하는 연령회원들을 지원하고, 교구 내 연령회들이 일치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1991년 9월 3일 설립됐다.
연합회는 해마다 합동위령미사, 연령회원들을 위한 피정, 상장례교육, 연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