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6일 이성과신앙연구소의 학술발표회에서 종합토론에 참여한 한 신학생이 질문을 하고 있다.
이 시대 ‘교회 내 여성문화의 문제’를 분석하고, ‘생명윤리적 관점에서 여성과 남성의 역할’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수원가톨릭대학교 부설 이성과신앙연구소(소장 곽진상 신부)가 10월 26일 오후 2시 수원가대 하상관대강당에서 학술발표회를 열었다. 주교회의 생명윤리위원회 생명운동본부(본부장 이성효 주교)가 주관한 이번 학술발표회는 ‘현대의 복음선교와 여성문화’를 주제로 진행됐다.
발표회에서는 2015년 2월 교황청 문화평의회 총회 주제이기도 했던 ‘여성 문화, 평등과 차이’를 쟁점으로 다뤘다. 당시 총회에선 ‘교회와 세상 안에서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에 대한 토론과 ‘제네라티비티’(Generativity)라는 용어의 의미 등에 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이 총회 때 소개된 발표자료들은 「여성 문화:평등과 차이」(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편찬/1만원)라는 제목의 책으로 국내에도 소개됐다.
최진일 박사(가톨릭대학교 인간학연구소 연구원)는 ‘제네라티비티, 여성 그리고 생명윤리’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제네라티비티’의 구체적 의미를 분석했다. ‘제네라티비티’는 미국의 정신분석학자 에릭슨의 저서에서 나온 용어로, ‘성인이 결혼과 함께 출산·양육을 경험하고, 그 경험이 사회적으로 확대돼 미래 사회에 대한 관심과 돌봄을 증가시키는 시기에 나타나는 특성’을 의미한다. 최 박사는 ‘제네라티비티’의 의미를 다양한 관점에서 밝히고, “생명을 탄생시키는 제네라티비티의 단계에선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역할에도 책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곽진상 신부(수원가톨릭대학교 이성과신앙연구소 소장)는 논평을 통해 최 박사의 발표를 신학적 관점에서 보강했다.
곽 신부는 “제네라티비티는 하느님의 신비를 드러내는 성사이며, 하느님의 창조에 참여하는 것”임을 강조하고, “인간은 내어주는 사랑을 통해 남녀 모두 인격적으로 완성된다”고 말했다.
최혜영 수녀(가톨릭대 교수·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 대표)는 ‘한국 가톨릭교회 안의 여성 문화-교회 내 여성의 현존’이라는 주제로 발표에 나섰다. 최 수녀 역시 교황청 문화총의회 발표내용을 언급하고, 한국교회 안의 여성 문화와 문제점을 지적했다. 특히 “한국교회에 진보적 여성 단체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사실상 교회 전체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가부장적 교회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여성 사목의 활성화와 더불어 의식변화를 위해 제도 또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미 교수(한국가톨릭여성연구원)는 논평에서 최 수녀가 말한 ‘여성 기구의 개선’과 ‘여성관, 여성 의식의 양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여성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 많은 참여를 원하는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했다. 더불어 여성 신자 감소뿐 아니라 ‘고령화’도 고려해야 할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학술발표회에 참석한 주교회의 생명운동본부 본부장 이성효 주교는 격려사를 통해 “하느님의 도우심으로 올바른 가치를 보존하고, 생명문화를 싹 틔워서 여성의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유주 기자 yuj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