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갈바리병원’, 환자 가족까지 돌보는 통합진료 시스템
가톨릭 의료사업 모델로 인정받아… 대구 ‘전인병원’, 매년 의사·한의사 파견해 연수
의료진·영양사 등 한 팀 이뤄
환자 및 가족 참여 프로그램 운영
인간 고통 이해 토대로 환자 돌봐
지난 8월 갈바리병원이 환자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사별캠프에 참가한 어린이들. 갈바리병원 제공
통합의료진흥원 전인병원(병원장 손기철 신부)이 양한방 통합의료뿐만 아니라 육체적·영적·사회적 영역에 이르기까지 환자의 전인적인 치유에 적극 나서고 있다.
통합의료진흥원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미국 뉴욕 갈바리병원(Calvary hospital, 병원장 Frank A. Calamari)과 업무협약 체결 이후 인적 교류와 더불어 지속적인 연구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인병원은 해마다 의사와 한의사 2명의 의료진을 파견해 갈바리병원의 특화된 진료시스템을 배우고 있다.
갈바리병원은 말기 암 환자를 주 대상으로 하는 급성기 완화의료기관으로 미국 내 관련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전인적 치유’를 실현하며 가톨릭 의료사업의 모델로 손꼽히고 있는 만큼, 국내 가톨릭계 병원에서도 배울 점이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뉴욕대교구 소속 갈바리병원은 환자의 육체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심리·사회·영적인 부분까지 모두 아우르며 치유자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 구현과 전인적 치유에 앞장서고 있다. ‘갈바리’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신 곳으로, 고통받는 말기 암 환자들에게 병원이 고통을 받지만 구원을 얻을 수 있는 장소가 되길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2015년 갈바리병원이 마련한 환자와 가족들을 위한 송년모임에서 백파이프 공연이 열리고 있다. 갈바리병원 제공
갈바리병원 진료시스템의 특징은 무엇보다 의사와 간호사, 레크리에이션 치료사, 영양사, 사목자 등 모든 구성원들이 한 팀이 되어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데 있다.
갈바리병원 의무원장(Executive Medical Director) 마이클 브레시아(Michael J. Brescia) 박사는 “돌봄은 인간의 고통을 이해하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고통을 영적, 정신적, 감정적, 육체적 고통 등 여러 가지로 세분화해 각각의 경우에 맞는 돌봄을 제공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모든 것의 핵심은 환자들과 함께 있고, 환자들을 사랑하고 안아 주는 것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갈바리병원은 단순히 의학적 치료뿐만 아니라, 통증을 겪는 환자를 위해 안아 주거나 손을 잡아 주는 등 정서적인 부분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다. 게다가 국내 병원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프로그램들이 많다. 좋은 식당을 찾아가 환자가 원하는 음식을 사다 주고, 가고 싶은 곳에 데려다 주며, 환자가 원할 경우 성인식이나 결혼식까지 병원에서 치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천주교뿐만 아니라 개신교, 유대교 등 각 종교 봉사자 20여 명이 근무하며 환자와 보호자들의 영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밖에도 환자의 복지를 위해 매주 환자가 참여하는 게임 프로그램을 진행, 우승자에게 상품이나 간식을 선 물하는 등 활기를 북돋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환자의 복지만큼이나 환자 가족에 대한 복지도 눈에 띈다. 병원은 간병 중인 가족들이 육체적·정신적·사회적으로 힘들다는 점을 이해하고 상담이나 요가, 마사지 프로그램을 마련해 가족들의 필요에 적극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브레시아 박사는 “한국 의료의 질은 이미 우수하다”며 “의료기술에 앞서 인류애와 온정 같은 환자에 대한 사랑을 온전히 표현해 내는 데 더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의료의 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정호 기자 piu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