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성모의집, 학교 반대에 이전 난항
27년간 노인에 무료 식사 제공… 건물 낡고 공간 좁아
부지 인근 학교, 안전문제 들어 반대
성모의집, 학생 안전보장 가능 입장
노인에 쾌적한 식사 환경 제공 필요
시설 이전 성사 위한 기도·관심 호소
지난 27년간 대전 동구 지역 소외 계층 어르신들의 든든한 안식처가 되어 주었던 ‘대전성모의집’(시설장 김소경 수녀)이 새집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전 예정지 인근 학교가 수업환경 저하와 학습권 보장 등을 이유로 대전성모의집 이전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전성모의 집은 60세 이상 결식 우려가 있는 노인에게 1일 1식을 제공하는 무료급식시설이다. 대전교구는 1989년 서울에서 열린 제44차 세계성체대회 정신인 ‘한마음한몸운동’을 계승하기 위해, 1990년 6월 16일 대전시 동구 삼성1동 285-15번지 노인회관 2층에 경로식당인 대전성모의집을 개원했다. 현재 매주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200여 명의 어르신에게 점심식사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대전성모의집은 설립 후 20여 년이 지나면서 건물 노후화로 인한 안전 문제, 공간 협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게다가 해당 지역은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정비구역으로 신축이 제한될 뿐 아니라, 도시계획상 도로부지로 포함돼 있어 언제 퇴거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전가톨릭사회복지회(회장 나봉균 신부)는 15년 전부터 새로운 부지를 찾아왔지만 여의치 않았다. 지역 어르신들의 복지를 위해 멀리 이전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고, 부지 매입 성사 단계에서 혐오시설로 오인받아 거래가 틀어지기도 했다. 갖은 노력 끝에 최근 사회복지회는 보문중고등학교 인근 부지를 매입할 수 있었다.
고물상으로 사용됐던 부지는 현 위치에서 걸어서 5분이면 갈 수 있는 가까운 곳으로, 이전 부지로는 안성맞춤이다. 이에 따라 교구는 부지를 동구청에 기부채납했고, 동구청은 대전시로부터 특별조정교부금 9억7000만원을 확보해 급식소를 신축할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대전성모의집 이전 소식에 보문중고등학교와 학부모들은 반대의사를 표시하며 이전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학교 측은 대전성모의집 이전 위치가 보문중학교 담장 바로 옆이어서 교육환경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대전성모의집에 노숙인들이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상황이라도 생긴다면, 학생들의 안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학교 측의 반대로 동구의회는 현재 관련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대전시에서 받은 특별조정교부금은 추가경정예산으로 재편성을 해야 하지만, 의회가 손을 놓으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마지막 추경 편성 기한은 11월 20일이며, 그때까지 예산이 편성되지 않으면 특별조정교부금은 대전시로 반납된다.
대전교구 사회복지회는 학교 측의 반대가 전형적인 님비현상이라고 우려하고, 대전성모의집은 학교와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전성모의집에는 사제와 수도자가 상주하면서 이용자들을 돌보기에, 그동안 별 다른 민원이 없었고 또 학교가 우려하는 안전문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나아가 사회복지회는 대전성모의집이 학생들의 전인적인 교육과 봉사의 장으로 활용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학생들의 급식봉사뿐만 아니라 외롭고 쓸쓸한 어르신들의 말벗이나 거동이 어려운 분들의 수발 같은 봉사로 세대 간 소통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회장 나봉균 신부는 “어르신들을 위한 안전하고 쾌적한 식사장소 제공을 위해 대전성모의집 이전은 꼭 필요하다”면서 “대전성모의집이 보다 쾌적하고 안전한 보금자리고 이전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 지지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