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성가대 못 봤다.’ 군종교구 앗숨성가대(단장 홍민영, 지도 서상범 신부)를 보면 가장 먼저 떠오를 수밖에 없는 생각이다. 군종교구 인준을 받은 유일한 성가대여서가 아니라 단원들이 활동하며 보여주는 사명감과 열정이 남달라서다.
11월 3일 저녁. 매주 목요일 오후 8시부터 시작되는 연습을 위해 서울 용산 군종교구청 강당에 앗숨성가대 단원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군종교구 소속 성가대지만 군인가족은 홍민영(비비안나·35) 단장을 포함해 2명뿐이고 나머지 20여 명은 일반 지역교구 신자들이다. 서울대교구는 물론 의정부·인천·수원교구 소속 신자들이다 보니 매주 목요일 연습 때마다 모이는 것만도 민간 본당 성가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시간 이상 걸려 귀가하는 단원들은 밤 10시가 넘어 연습이 끝나고 집에 돌아가면 새벽 1시가 넘을 때도 있다. 군종교구가 아니라면 보기 힘든 풍경이다.
1998년 초대 지휘를 맡은 고(故) 이규영(마르가리타)씨 주도로 창단된 앗숨성가대는 ‘네, 여기 있습니다’라는 라틴어 ‘앗숨’(Ad Sum)의 뜻 그대로 성가를 통한 복음 전파를 향해 지난 18년의 세월을 쉼 없이 달려왔다. 활동 11년 만인 2009년 군종교구 인준단체로 발돋움한 뒤 잠시 단원수 감소로 인한 힘겨운 시기도 있었지만 2018년 창단 20주년을 바라보는 지금 어느 때보다 왕성한 활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성가대 명칭처럼 앗숨성가대는 그들을 필요로 하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간다. 단원 모두가 생업이 있고 본래 소속 교구 본당에서 성가대원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앗숨성가대의 성음악을 듣고 싶어 하는 군본당의 요청이 있으면 장소를 가리지 않는다. 신자수의 많고 적음도 문제 되지 않는다. 군본당 방문 위문공연은 매월 1~2회씩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군종교구 성유축성미사와 호국영령을 위한 위령미사 등 교구 큰 행사에서 전례음악을 담당하는 것도 앗숨성가대 몫이다.
군본당 초청을 받아 이동하는 왕복 거리는 평균 300㎞나 된다. 위문공연이 있는 날이면 단원들은 새벽 이른 시간부터 서둘러야 한다. 강원도 오지나 경상남도, 전라남도 같은 곳은 하루로는 이동할 수 없어 1박2일 일정으로 움직이는 경우도 있다. 교통편도 승용차 몇 대에 단원들이 나눠 타기도 하고 고속버스나 기차를 이용하기도 하는 등 방문하는 부대마다 가장 효율적인 이동 수단을 찾는다. 풍성한 성가와 전례음악을 들으며 신앙을 다시 찾고 눈물을 흘리는 군인들을 생각하면 앗숨성가대 단원들은 아무리 먼 거리도 단숨에 달려가고 싶어 마음이 급해지곤 한다.
앗숨성가대 창단 단원이기도 한 홍 단장은 “앗숨성가대 단원들은 성가 봉사를 해야 할 때 직장에 휴가를 내고 나올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며 “부대를 방문해 위문공연을 하다 보면 군인들의 달라지는 얼굴 표정만 봐도 성가를 부르는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앗숨성가대 김범휴(빈첸시오·35) 총무는 “군복음화를 위해 헌신해 온 앗숨성가대의 정체성을 더욱 분명히 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올해 6월 육군 최전방 JSA공소를 찾아 장병들에게 성가를 들려주는 군종교구 앗숨성가대. 군종교구 앗숨성가대 제공
2015년 2월 서울에서 열린 앗숨성가대 피정에 참가한 단원들의 모습. 군종교구 앗숨성가대 제공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