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철 주교는 11월 10일 오후 8시 제3대 인천교구장 임명 사실이 공식 발표된 직후 “프란치스코 교황님과 보편교회 안에서 인천교구장 직책을 성실히 수행하며 하느님께서 주신 십자가를 기쁘게 지겠다”고 첫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인천교구의 어려운 상황을 잘 아는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님께서 교구장 공석 상태를 짧게 줄여주신 것에 감사드린다”며 “고(故) 최기산 주교님을 떠나보낼 때 ‘주교님 편히 가세요. 제가 잘 하겠습니다’라고 한 약속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교구 신임 교구장이 된 정 주교는 지난 5월 30일 제2대 교구장 최기산 주교가 선종한 뒤 6월 4일 인천교구장 서리로 임명돼 5개월여간 교구장 공석 상태에서 인천교구를 이끌었다.
정 주교는 어떤 교구장이 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무엇보다 겸손하고 소박하게 노력하는 교구장이 되겠다”며 “교구장이라는 자리가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깊은 기도 안에서만이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위치”라고 답했다. 또 “교구 신부님들과 더불어 함께 기도하고 대화하는 가운데 교구의 일들을 하나하나 풀어가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이어 “교황님은 많은 일들을 하고 있었던 인천교구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바라신 것 같다”며 “특히 인천교구는 최 주교님 재임 시절 문화복음화라는 이름으로 아동·청소년과 미혼모, 새터민 등 우리 사회 다양한 계층을 위한 간접선교를 통해 지역사회에 그리스도교 문화를 확산시켜 왔다”고 말했다.
인천교구가 교구설정 55주년 시점에서 중점적으로 해결할 현안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교구가 어떤 방향으로 살아갈지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면서 “하느님과의 수직적 관계인 기도와 인간 사이의 수평적 관계인 나눔이 지역사회에 퍼져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1964년생으로 올해 52세에 인천교구장이 된 정 주교는 한국교회 최연소 현직 교구장으로서 인천교구와 한국교회에 새로운 기운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제가 2010년 보좌주교가 됐을 때에도 1960년대생 40대 주교가 탄생했다고 화제가 됐지만 교구장직을 수행하는 데 나이는 중요하거나 본질적 요소가 아니다”며 “구도자로서의 자질과 영성이라는 본질적 요소에 더 충실하게 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 주교는 인천교구 교구민과 사제단에게 “기도와 나눔을 신앙의 두 축으로 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하며 “내일(11월 11일)이 성 마르티노 주교 기념일인데 마르티노 성인은 입고 있던 망토를 걸인에게 벗어주셨고 그 걸인이 바로 그리스도셨다”고 소개했다. “마르티노 성인께서는 풍족해서 걸인을 도와준 것이 아니라 나눔의 정신에서 사랑이 싹튼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주교회의 해외선교 교포사목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한국교회가 과거 받는 교회에서 주는 교회로 세계적 위상이 높아진 것을 알게 됐다”며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가난한 나라에 도움을 주는 한국교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나눔의 정신을 재차 강조했다.
인천교구 보좌주교로 재임하며 매해 겨울마다 청년들과 연탄을 나르고 사제 야구단에서 투수로 활약해 세인들의 눈길을 끌었던 정 주교는 “교구장이 된 뒤에도 청년들과 연탄 나르는 일은 꼭 할 것이고 교구 신부님들을 자주 만나러 가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인천 지역사회 큰 어른으로서는 “한국사회 특히 인천지역은 더욱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런 시기일수록 인천에 대한 애착심을 갖고 서로가 상생의 정신으로 정신적 나눔을 하는 사회를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