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임 교구장 최기산 주교 묘지 먼저 찾은 정신철 주교
정신철 주교가 11월 10일 인천교구장 공식 임명을 앞두고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인천 서구 당하동 하늘의 문 묘원 고(故) 최기산 주교 묘지였다. 정 주교는 이날 오후 2시30분 경 정윤화 신부(교구 관리국장), 오용호 신부(교구 사무처장), 김현수 신부(교구 성직자 통합사무국장) 등 교구청 사제단과 함께 고 최 주교의 묘지에 ‘보고 싶은 주교님, 사랑합니다’라고 쓰인 꽃바구니를 바치고 침묵 속에 기도했다.
정 주교와 사제단은 하늘의 문 묘원 성직자 묘역을 돌며 인천교구의 기틀을 다진 선종 사제들 한 명 한 명을 위해서도 기도를 바쳤다. 정 주교는 하늘의 문 묘원을 떠나면서 “최기산 주교님을 떠나보낼 때 ‘제가 잘하겠다’고 기도했던 순간을 떠올리고 ‘제가 잘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했다”며 “최 주교님께서 하늘나라에서도 인천교구와 교구민들을 위해 기도해 주실 것을 부탁드렸다”고 말했다.
정신철 주교(왼쪽에서 세 번째)가 11월 10일 제3대 인천교구장 임명을 앞두고 인천교구 하늘의 문 묘원 고 최기산 주교 묘지를 찾아 기도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 조촐하면서도 환희에 넘치는 축하식
정신철 주교의 제3대 인천교구장 임명 축하식은 조촐하면서도 환희에 넘쳤다. 전날 신임 인천교구장 임명 소식을 밤 늦게 들은 인천교구청 사제단과 직원들, 곽하형(야고보) 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회장 등 100여 명은 11월 11일 오전 8시 무렵부터 인천 답동 인천교구청 4층 강당에 모여 축가 ‘하느님은 사랑이에요’를 피아노 반주에 맞춰 연습했다.
오전 9시 정 주교가 강당에 모습을 드러내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교구 사무처장 오용호 신부는 전날 임명 발표를 듣지 못한 사제단과 직원들을 위해 인천교구장 임명 발표문을 다시 낭독했다.
축가가 곧바로 이어진 뒤 정 주교는 인사말을 통해 “2010년 4월 보좌주교로 임명됐을 때 이 자리에서 축하받았던 기억이 난다”며 “교구청 부서별로 회식비를 드릴 테니 맛있는 거 사 드시라”고 말해 다시 한 번 큰 박수를 받았다. “우리 인천교구는 덩치가 큰 만큼 저와 여러분들이 한마음으로 일해 인천교구를 안정되게 발전시키도록 도움과 협조, 기도를 부탁드린다”는 말도 빠뜨리지 않았다.
축하식에 참석한 김병상 몬시뇰(인천교구 원로사목자)은 “지난 6년간 보좌주교로 일하며 인천교구 사정을 잘 아는 정신철 주교님이 교구장이 되셔서 교구가 젊고 활기차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구청 직원들은 새 교구장이 된 정 주교와 부서별로 기념사진을 찍으며 웃음꽃을 피웠다.
김병상 몬시뇰(오른쪽)이 11일 인천교구청 강당에서 정신철 주교에게 축하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정신철 주교가 11일 교구청 사제단, 직원들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 박지순 기자
◎…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예방
정신철 주교는 교구장 임명 다음 날인 11일 오전 인천교구청에서 축하식이 끝나자마자 서울 명동 서울대교구장 집무실을 찾아 염수정 추기경을 예방했다.
따뜻한 포옹으로 정 주교를 맞은 염 추기경은 “돌아가신 최기산 주교님께서 하늘에서 기뻐하고 인천교구 신자들도 기뻐할 것”이라며 덕담을 건넸다.
이에 정 주교는 “어제 교구장 임명 소식을 듣고 최 주교님의 묘지를 찾았다”며 “최 주교님이 선종할 때 제가 열심히 일하겠다는 약속을 했는데 이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화답했다. 이어 이날 오전 일찍 초대 인천교구장 나길모 주교와 통화를 했고 나 주교가 기쁨의 목소리로 새 교구장 탄생을 찬미했다는 사실도 전했다.
염 추기경은 “교구설립 55주년을 맞은 인천교구 제3대 교구장으로서 신자들을 이끌어주기를 바라고 정신철 주교가 주교회의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만큼 교구의 신앙이 성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대교구 손희송 주교, 유경촌 주교, 정순택 주교도 함께 축하 인사를 전했다.
염수정 추기경(가운데)과 서울대교구 주교단이 인천교구장으로 임명된 정신철 주교(오른쪽에서 두 번째)에게 11일 축하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 조지혜 기자
◎… 기쁨에 넘치는 인천 송림동본당 공동체
정신철 주교가 새 인천교구장이 됐다는 소식에 인천교구민 모두가 환호했지만 특히 기뻐했던 곳은 정 주교가 태어나고 유년시절을 보낸 송림동본당 공동체였다.
정 주교는 1964년 10월 인천 송림동에서 태어나 5살 때까지 송림동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송림동성당에서 신앙생활을 한 기간은 짧았지만 송림동성당은 정 주교에게는 신앙의 못자리와도 같은 곳이다.
정 주교는 11월 11일 오전 인천교구청 강당에서 열린 인천교구장 임명 축하식이 끝나고 “5살 때까지 송림동에서 살다가 주안1동으로 이사 갔지만 송림동에서 살던 기억이 지금도 난다”고 말했다.
인천교구장 임명 발표 이튿날 오전 송림동성당 마당에는 사목회 임원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본당 설립연도인 1955년 송림동에서 태어나 송림동에서만 살아온 전성수(미카엘·61) 본당 재정분과장은 “정 주교님은 운동을 좋아하셔서 송림동성당 근처 솔빛 근린공원에 종종 산책을 오가는 길에 송림동성당에 들러 신자들과 다정하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고 말했다.
윤용중(요셉·58) 본당 사회복지분과장은 “지난해 정 주교님이 본당에 사목방문 오셨을 때 직접 고기를 구워 신자들에게 나눠주던 모습이 기억난다”며 “송림동에서 태어나신 분이 인천교구장이 되셔서 본당으로서는 큰 경사가 났다”고 흥분된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
11일 인천 송림동본당 신자들이 제3대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 탄생을 기뻐하며 환호하고 있다. 인천 송림동본당 홍보분과 제공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
김미현 명예기자 mimikim72@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