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이 하느님께 받은 탈렌트를 이웃에 나눌 수 있기를 기도한다는 박은희씨.
“저는 자격이 없어요. 그저 우리 아이들이 자신의 빛을 세상에 밝힐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줄 따름이에요.”
박은희(루피나·45·용인대리구 신둔본당)씨는 용인대리구 신둔본당의 대건청소년자원봉사단 ‘위더스’의 지도자로 봉사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 박 씨는 시종일관 자신이 만나는 청소년들을 ‘우리 아이들’ 이라 불렀다. 박 씨에게 청소년들의 일은 남의 일이 아니다. 박 씨 역시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이웃의 자녀들도 청소년들이고 특히 봉사하기 시작하면서 박 씨가 늘 고민하고 기도하는 대상도 바로 청소년이다.
박 씨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지쳐 있는 요즘 아이들은, 휴대전화 아니면 공부만 바라본다”면서 “그들이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고 함께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원래부터 열심한 봉사자는 아니었다. 유아세례를 받고 39년 동안 주일미사는 참례해왔지만 특별히 교회 내에서 봉사를 하진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본당 바자에서 주일학교 청소년들이 공연을 하고 물건을 판매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자녀들도 그렇게 활동하길 바라는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자녀들에게 모범을 보이고자 시작한 것이 봉사였다.
“봉사를 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서 우리 아이들의 밝은 영혼을 봤어요. 청소년들에 관한 걱정도 안타까움도 많지만, 그래도 그러한 봉사 활동 안에 살아계신 예수님이 계시기에, 우리 아이들은 성장해나가리라 믿습니다.”
막상 봉사를 시작하지만, 청소년들과 소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자기만 생각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청소년들, 대화를 하면서도 눈길 한 번 마주치지 않는 청소년들, 청소년과 관련해 학부모들, 다른 봉사자들과 빚어지는 갈등 등 즐겁고 재미있는 순간보다도 속상하고 고민되고 안타까운 순간이 더 많았다.
그런 힘든 순간 속에서도 박 씨가 봉사할 수 있었던 것은 청소년들에게서 희망을 봤기 때문이다. 장막에 가려 전혀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들이 요양원을 찾아 봉사를 할 때는 눈이 빛났고, 그 안에 숨은 순수하고 착한 모습이 살아 표현됐다. 박 씨는 그 모습을 “아이들 안에 숨은 보물”이라고 했다.
박 씨는 “요양원에 치매로 불편하신 어르신들도 많았는데 아이들이 먼저 다가가 손을 잡아주고 안마하는 모습에 아이들의 영혼이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면서 “이 모습을 끄집어내고 도와주는 역할이 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씨에게 봉사란 청소년들 안에 숨은 보물이 드러나는 그날을 기다리는, 그런 기다림이다.
벌써 6년째 봉사해나가는 박 씨는 지난 11월 19일 대건청소년봉사단 어울마당에서 우수지도자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박 씨는 한사코 “자신은 좋은 봉사자가 아니”라면서 “그저 주님이 아이들과 더 잘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봉사자들을 보내주시리라 믿고 기도하면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사랑하라는 계명을 실천하기에 봉사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림시기에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받은 탈렌트가 하나든, 둘이든 기꺼이 감사하고 이웃과 나눌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