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주교단이 11월 15일 오전 숙소에서 함께 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주교회의 미디어부 제공
제22회 한일주교교류모임이 인천교구 주관으로 11월 15~17일 인천 오라카이 송도파크호텔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열렸다. 양국 주교단은 이번 모임을 통해 동북아 지역 군사력 증강이 초래할 위험에 대해 논의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동북아 지역의 평화는 한국의 분단 상황과 사드 배치,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 등으로 더욱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동북아 갈등 조장하는 미디어
◎… 올해 한일주교교류모임의 주제는 ‘세계 평화를 위협하는 군수 산업과 미디어’였다. 15일 양국 주교들의 인사로 시작한 공식 모임은 김지영 교수(동양대학교)의 발표로 이어졌다. 김 교수는 ‘미디어와 국가관’을 주제로 한국 언론의 반일 프레임, 일본의 ‘혐한류’ 등 국가주의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각국 언론은 지나친 국익주의를 탈피해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동북아 공동 번영과 발전을 위해 상대방을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특수 관계를 넘어서는 프레임을 갖춰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일본 언론을 향해서는 “가해 역사의 사실규명이 중요하며 저널리즘 원칙대로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발표 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 주교들은 “언론인이 우선 사실에 기초한 감시, 비판이라는 본연의 직업윤리에 충실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뉴스 소비자들도 어느 언론이 올바르게 보도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기 수출을 향해 나아가는 일본
◎… 이어 16일 오전에는 일본 측 발표자로 도쿄신문사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가 나서 ‘평화를 위협하는 일본의 군수산업’을 주제로 발표했다.
군사 정보 연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 세계가 군사비로 지출한 금액은 1조7000억 달러(약 2000조원)였다. 부동의 1위는 미국으로 5960억 달러(약 704조원)를 지출했으며, 중국이 2150억 달러(254조원)로 그 뒤를 이었다. 일본이 409억 달러(48조원)로 8위, 한국은 364억 달러(43조원)로 10위를 기록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동북아 3국은 모두 10위권에 들어있어 인근 상대국에 위협을 주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모치즈키 기자는 이어 세계 각국의 군비 확충과 무기 수출을 둘러싼 공방, 그리고 일본인들의 의식변화에 관해 발표했다. 또한 “일본의 군수 산업이 확장되고, 일본 정부는 무기 금수 원칙을 철폐하고 있어 무기 수출의 길이 열리고 있다”고 말하고 “이에 대해 반대하는 시민운동과 군수산업체에 대한 불매 운동 등의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질의응답을 통해 모치즈키 기자는 “북한 핵으로 인해 일본 내에서도 핵무장에 대한 주장이 거세지고 있어 동북아 평화가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으며, 한일 군사 협정이 체결될 경우 양국 간 군사훈련 등이 증가할 수 있기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반도 분단 몸소 체험
◎… 양국 주교들은 16일 오후 강화도 제적봉평화전망대를 찾아 남북 분단의 현장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주교들은 눈앞에 보이는 북녘 땅을 보면서 평화가 이 땅에 하루 빨리 올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기도했다.
이어 주교들은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서 신학생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했다. 이날 미사는 라틴어로 봉헌됐다.
미사를 주례한 일본주교회의 의장 다카미 미츠아키 대주교는 강론을 통해 “양국은 교류를 통해 상대방의 역사, 문화, 각각의 교회, 주교들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를 이해하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고, 아직까지 한국과 일본 사이에는 교류를 방해하는 것들이 남아있지만, 우리는 이런 모임을 계속하면서 평화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는 신학생들에게 “신학교에 올 때마다 신학교에 처음 입학할 때를 기억한다”면서 “예비 사제로서 사제가 되었을 때 꼭 지켜야 할 한 가지를 지금부터 정해 신학교 생활 내내 실천하면서 사제의 맘으로 살아가길 바란다”면서 신학생을 격려했다.
한국 신자들과 함께 미사도
◎… 양국 주교단은 17일엔 송도에 자리한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에서 그룹토의와 전체회의를 가졌다. 주교들은 4개 그룹으로 나뉘어 동북아 평화구축을 위한 방안과 다음 모임 주제 등을 논의했으며, 전체회의에서 토론내용을 공유했다.
특히 양국의 주교들은 일본정부의 우경화와 한국의 분단으로 인한 군사력 팽창 등이 갖는 의미를 신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한 사회교리를 통해 평화와 전쟁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널리 알릴 것을 다짐했다.
이어 양국 주교들은 이웃한 한국순교성인 성당에서 본당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했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500여 명의 신자들이 양국 주교단과 뜻을 같이하면서 미사에 참례했다.
미사를 주례한 인천교구장 정신철 주교는 강론에서 “이번 한일주교교류모임은 동북아에 평화를 구현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한일 양국의 주교들이 머리를 맞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주교는 미사에 참례한 신자들에게 “그리스도 안에서 작은 사랑의 실천이 평화를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면서 사랑 실천을 권고했다.
일본주교회의 의장 다카미 대주교는 한국 신자들에게 “한국 신자들의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내년에 있을 일본에서의 모임을 위해서도 응원과 기도를 해달라고”고 당부했다. 양국 주교단은 내년 11월 14~16일 일본에서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고했다.
11월 14일 인천 제물진두 순교성지를 방문한 양국 주교단이 성지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일본 주교들이 15일 ‘미디어와 국가관’을 주제로 한 김지영 교수의 발제를 경청하고 있다.
16일 강화도 제적봉평화전망대를 찾은 양국 주교단이 망원경을 통해 북녘 땅을 바라보고 있다.
최용택 기자 johncho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