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10일 프랑스 가톨릭 방송 KTO는 재불 화가 김인중 신부(사진·도미니코회)가 ’아카데미 가톨릭 프랑스 회원’에 선출되는 모습을 방송했다. 김 신부는 이날 130번째 회원에 추대됐다. 한국인으로서는 물론 동양인으로서도 첫 사례로 알려진다. ‘아카데미 가톨릭 프랑스’는 인문 과학 예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프랑스 교회의 문화 학술 진흥을 논의하고 자문하는 조직이다.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임에도 회화, 스테인드글라스, 세라믹 작업 등으로 파리 수도원과 지방의 작업장을 오가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 신부를 인터뷰했다.
그는 가톨릭 프랑스 회원으로 추대된 데 대해 “명예직이기라기보다 프랑스 교회에 봉사하는 의미로 본다”면서 “앞으로 동양화 서양화를 넘어서는 범세계적인 예술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희망, 신앙을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1963년 서울대 미대를 졸업하고 추상 표현주의 작가로 활동하다 유럽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1974년 도미니코 수도회 사제로 서품된 이후 사제 화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 동양화와 서양의 추상화를 접목한 독특한 스테인드글라스와 회화 작품으로 유럽 화단에서는 ‘빛의 화가’, ‘백색의 화가’로 평가받는다. 그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은 스위스·프랑스·벨기에 등 유럽 10여 개 성당에 설치돼 있다.
근황을 묻자 오는 12월 몽블랑에 위치한 쌩 제르베 성당 크리스마스 행사에 출품할 9점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막 마쳤다고 전했다. 2017년의 일정도 이미 빼곡하다. 2월 중 호주 4개 도시에서 순회전을 열 예정이고 8월에는 벨기에 브뤼셀의 쿠켈베르크 대성당 내 김인중 신부 갤러리 개관을 마무리한다. 이 갤러리는 그의 주요 작품을 영구 전시하게 된다. 프랑스 중부 앙베르시도 법원 건물을 김 신부의 상설 전시관으로 개조, 9월에 개막식을 연다. 11월에는 미국 버클리와 마이애미에서 작품 전시회를 갖는다.
김 신부는 이 중에서도 쿠켈베르크 대성당 갤러리 오픈에 의미를 부여했다. 벨기에인들이 존경하는 성직자이자 그가 영적 스승으로 따르고 있는 고트프리드 다닐스 추기경 이름을 따서 ‘다닐스 관’으로 명명한 이 갤러리는 브뤼셀의 테러 사건 이후 벨기에 내 불어계와 플라망계의 화해와 치유뿐 아니라 전 세계 평화를 지향하고 있다. 개관 기념으로 다닐스 추기경 글에 김 신부가 그림을 그린 책도 출판된다. 이 책은 5개 국어로 번역 소개될 예정이다. 늘 “성직은 생활, 미술은 강론” 이라고 말해온 그는 “그림을 통해 성덕을 닦겠다”고 전했다.
“제게 그림은 예수님의 해방을 알리는 것입니다. 보잘 것 없는 하느님의 종이지만 그림을 통해 모든 이들을 하느님의 빛과 구원으로 이끌고 싶습니다. 아름다운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말처럼, 세상을 구원할 수 있는 것은 미술과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신부는 “인종 종교를 초월해서 일치와 진정한 화해를 이루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