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봄베이대교구장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Oswald Gracias·71·사진)이 교회 내부의 좌우 이념 대립은 신학적 관점의 차이 때문에 생긴 것으로, 이념 대립이 아시아교회 안에서 점차 퍼지고 있지만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밝혔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인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아시아교회 안에도 좌편향 및 우편향 신자들이 있다”면서 “이들은 모두 교회의 수호자라고 자처하고 있으며, 충실한 가톨릭신자들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또 각 그룹의 ‘신학적 관점의 차이’에서 이러한 분열이 비롯된다며, 이들을 납득시키는 일은 각국 주교와 주교회의의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이러한 차이가 교회 안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면서, “교계제도 안에는 교회의 정통 신앙에 따르기를 바라는 이들과 시대와 문화에 따라 대응하려는 이들 사이의 분열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교회가 성장하고 있다는 증표로 어디에서나 생기는 일”이라면서 “절대 우려할 일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추기경은 이러한 모습이 외부에서는 분열과 일탈로 볼 수도 있지만, “교회 내부에서 보면 꾸준히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실행하며 전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의회 내용을 실천하는 방법에 따라 차이점이 보일 수도 있는데, 과거에는 공의회의 언어들이 실행됐다면, 이제는 공의회 정신이 실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그 사이 우리는 공의회를 제대로 이해했는가에 대한 연구와 교회에 대한 분석을 계속하고 있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지난 20년 동안 FABC의 발전이 지체된 이유도 아시아교회가 공의회의 정신을 실천하기 위한 ‘연구 기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에 영향을 받은 몇몇 신학자들은 FABC의 지원 아래 아시아적 신학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몇몇 학자들은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으로부터 징계 조치를 받았으며, 이 때문에 FABC도 정체기를 맞았다.
그라시아스 추기경은 공의회 이후 해방신학이 퍼졌지만 부침(浮沈)의 기간을 가졌던 남미교회에서 볼 수 있듯이 각 지역의 교회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지적했다.
추기경은 “FABC는 먼저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실행했고, 이후 의문을 제기하고 내부 분석을 해왔다”면서 “이에 따라 FABC가 필요했는지, FABC가 똑바로 가고 있는지, FABC가 교회를 분열시키는 것은 아닌지 등, FABC의 역할과 아시아의 신학에 대한 의구심을 가졌다”고 말했다. 이어 추기경은 아시아 각 교회는 가톨릭신자들이 제기하는 이런 의구심을 제거해야 하며, 주교들은 이들이 교회의 가르침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지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리시아스 추기경은 FABC의 재부흥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