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 밖의 종소리가 크게 울립니다. 보통 종소리보다 크게 울려서 무슨 큰 일이 난 줄 알고 밖으로 급히 나갔습니다. 처음 보는 한 소녀가 당당하게 현관문을 통과해서 저에게 오더니 저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자기 몸의 불편한 부분을 보여주며 도움을 청합니다.
피부병인데 병원에서도 정확히 무엇이 문제인지 설명해 주지 않았고, 병원에서 준 약이 효과도 없었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혹시 전염병일지 염려되어 집으로 돌아가라고 해서 집에 온 지 2주가 넘었는데, 누군가로부터 혹시 천주교 신부를 찾아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을 듣고 바로 왔다고 합니다. 저는 잠시 물끄러미 소녀의 피부 상황을 살핀 뒤에 약방에 가서 도움이 될 거라 생각되는 약과 연고를 주면서 이 약이 별 효과가 없을 테니 더 큰 병원을 찾아가라고 말했습니다. 소녀는 기쁜 표정으로 인사하며 급하게 떠났습니다. 보기 드문 밝고 당당한 소녀의 모습을 보며 제가 준 약이 조금이나마 그녀에게 도움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서동조 신부가 마을 주민에게 기도해주고 있다.
그로부터 열흘 뒤, 다시 문 밖에서 종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그 소녀가 현관문을 들어섭니다. 무슨 일인지 묻기도 전에 그 소녀는 자신의 몸에 가득했던 작은 종기들이 사라졌다고 설명하면서 고맙다고, 이제는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게 됐다고 인사합니다. 순간 소녀의 기쁨이 제 마음에도 차올랐습니다. 완치되진 않았지만 제가 멋모르고 준 약이 효과가 있음을 분명히 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제가 준 약을 받고 건강이 좋아졌다고 찾아와서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이를 여태까지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기쁜 마음에 소녀가 더 말할 틈을 주지 않고 얼른 약방에 가서 다시 약을 조금 줬습니다. 해맑은 얼굴의 소녀는 계속 고맙다고 하면서 떠났습니다.
누군지 이름도 물어보지 못한 이 소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예수님께서 경험하셨던 체험이 떠올랐습니다. 열 명의 나병환자 중에서 자신이 낫게 된 것을 알아차리고는 그 중 한 명이 돌아와서 예수님께 감사를 드렸다는 이야기가 이제는 저의 체험이 됐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지내면서 제가 살면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이 무엇이었는지 깨닫습니다. 한국에서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잊어버리거나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 찾으라는 하느님의 이끄심을 알아차립니다. 인생은 때로 어려워도 서로 의지하고 도우며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습관이 얼마나 인생을 어둡고 재미없게 만들 수 있는지, 하느님만 바라보라고 반복해서 강조하던 신앙선조들의 가르침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등을 이곳에서 배웁니다.
아직도 철없고 배울 것이 많은 저를 하느님께서 부르시어 이렇게 귀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심에 대해 늘 감사드릴 뿐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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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조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