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밀린 교무금,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납부 힘든 형편이라면 사제와 면담 후 방법 찾아야
한국교회 신자의 의무이지만
충실한 신앙생활 방해해선 안돼
사목적 배려로 삭감·면제 가능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12월이 되면 각 본당 주보에는 판공성사를 꼭 보시라는 권고, 다음 해 본당 달력을 배부한다는 소식과 함께, 교무금 납부와 책정에 대한 정중한 안내가 게재되곤 한다. 이런 공지는 “한 해 동안 정성스럽게 봉헌해 주신 교무금이 본당 살림과 사목 활동에 큰 힘이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아직 미납한 분들은 납부를 마무리해주길 청하는” 말이다.
서울대교구 쌍문동본당 11월 27일 대림 첫 주 주보에는 다음과 같은 당부가 이어졌다.
“지난 수년 간 교무금이 밀려 납부가 어려우신 교우께서는 계속 교무금을 미루지 마시고 주임 신부님을 만나 면담해 주시기 바랍니다.”
■ 교무금 납부는 신자로서의 의무
교회법 222조 1항에는 “신자들은 교회가 하느님의 경배, 사도직과 애덕의 사업 및 교역자들의 합당한 생활비에 필요한 것을 구비하도록 교회의 필요를 지원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한국 천주교 사목 지침서」는 더 구체적으로, “신자들은 주교회의나 교구의 규정에 따라 교무금, 주일 헌금, 기타 헌금과 모금 등으로 교회 운영 활동비를 부담해야 한다”(165항)고 규정하고 있다.
교무금은 한국교회 신자들이 의무적으로 내는 봉헌금으로, 신자들이 공소 유지를 위해 내던 공소전에서 유래했다. 구체적으로 조선대목구 설정 100주년을 기념해 1931년 열린 ‘전 조선지역 시노드’에서 교무금 제도가 정착됐다.
이에 따라 한국 천주교회의 신자들은 자발적으로 금액을 책정, 교무금을 냄으로써 교회 운영을 지원할 의무를 갖는다.
■ 밀린 교무금, 사목적 배려
경제가 어려우니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하다. 실업 등 예상치 못한 일로 수입이 크게 줄거나 집안의 우환 등으로 갑작스레 씀씀이가 늘어나 형편이 어려워지기도 한다. 그럴 때면 본의 아니게 교무금을 미처 정리하지 못하게 된다.
한두 번 밀린 교무금은 서너 번 더 밀리기 십상이고, 그렇게 밀린 교무금을 한 번에 내려면 부담이 되기도 한다. 다른 이유로 한동안 냉담을 한 신자들의 교무금 역시 밀리기 마련이다.
대구대교구는 자비의 희년으로 보낸 지난해, 교구 차원에서 일부 본당의 교구 납부금을 탕감해줬다. 또 각 본당에서도 신자들이 밀린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되도록 배려하라고 권고했다.
또 다른 예로 인천교구 간석4동본당 주임 이덕진 신부는 이미 10년 넘게 밀린 교무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고 공지해왔다.
■ 밀린 교무금, 신앙생활의 장애 아니다
충실한 신앙생활을 하길 원하는 신자들에게 밀린 교무금은 사실 매우 현실적인 장애가 될 수 있다. 교무금이 교회 운영에 필수적이고, 신자로서 교회와 한 약속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탕감 받길 원하는 것은 신자로서 올바른 자세는 아니다.
하지만 밀린 교무금으로 힘들어 하는 가정들에 대한 사목적 배려는 필요하고, 실제로 교회는 밀린 교무금이 신앙생활의 장애가 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서 신자로서의 의무를 지키려고 노력해야겠지만, 어쩔 수 없는 형편 때문에 고민하다가 냉담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교회와 일선 사목자들의 생각이다.
밀린 교무금 때문에 고민이라면, 쉽진 않지만 본당 신부에게 상의해 문제를 풀어보면 어떨까?
경제적 부담감으로 신앙생활에 문제가 생기도록 방치하는 것은 성숙한 신앙인이라고 할 수 없을 것같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