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기획] 술, 올해는 끊어보시죠
알코올중독은 ‘뇌질환’… 전문 상담·치료 받아야
술에 관대한 문화·잦은 술자리가 중독 부추겨
단주 이어가려면 성인병처럼 꾸준한 관리 필요
카프성모병원 등 전문 기관·종교 등이 큰 도움
경기도 일산 카프성모병원에 있는 카페. 이곳에서 알코올중독 회복자들이 직원으로 일하며 ‘회복자 모임’을 갖고 서로 힘이 되어 준다.
■ 술에 관대한 우리나라
한 해를 갈무리하고 새해를 준비하는 12월이다. 송년모임 등 여러 모임으로 술자리가 잦아지는 시기다.
이에 더해 한국사회는 술에 관대하다. “술은 어른에게 배워야 한다”며 가정에서 청소년에게까지 술을 권하는 현실이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한국중독연구재단 카프성모병원(이사장 유경촌 주교) 알코올치료센터 하종은(테오도시오) 센터장은 “관대한 한국 사회의 술문화가 알코올중독의 한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술에 관대한 사회 분위기와 연말의 잦은 술자리는 사람들이 알코올에 노출되는 빈도를 높이며 중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인다.
하 센터장은 “알코올중독(이하 중독)은 뇌질환이기에 상담과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 알코올중독 회복 원동력은 내면의 긍정적 변화
경기도 일산 카프성모병원에서 만난 알코올중독 회복자(이하 회복자) 박승호(가명·61)씨는 술을 안 마신 지 5년이 됐다.
“알코올중독은 성인병처럼 계속 관리해야 합니다.”
회복자들이 “술을 끊었다”고 하지 않고 “술을 얼마 동안 안 마셨다”고 표현하는 이유다. 박씨는 단주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꾸준한 자기관리와 카프성모병원 내 매장에서 일하는 회복자 모임을 꼽았다.
박씨는 “주 1회 열리는 이 모임에서 우리는 일주일간 생활을 되돌아보고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나눕니다. 일반 사람들은 앞만 보며 사는데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살고 있으니 자기관리 측면에선 우리가 더 앞서지 않을까요”라며 모임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또 다른 회복자 허씨(경기도 일산 거주·60)는 “중독에서 회복되면서 이웃을 배려하고 정직하게 살게 됐으며 상처를 주었던 가족과의 관계도 회복됐다”고 말했다.
하종은 센터장은 알코올중독에서 회복되려면 의료적 치료와 상담 참여가 기본이라는 것을 전제하고 “알코올중독자들 주변 사람의 지지·격려, 가족·지인과의 관계회복이 중독에서 회복되고 단주 상태를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종교 활동이 중독자들의 내면 성찰을 이끄는 등 단주상태 유지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회복자들은 술을 끊은 뒤 좋은 점으로 건강이 좋아진 것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 알코올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하 센터장은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려면 연말의 잦은 술자리에서 적정 음주량을 지키며 술을 절제해야 한다고 했다.
WHO가 정한 1표준잔(각 술에 맞는 잔에 따른 한 잔)을 남성은 하루 4잔, 여성은 2잔을 마신 뒤 2, 3일 쉬면 적정음주량을 지킬 수 있다.
아울러 하 센터장은 “알코올중독은 술에 의존하게 되는 질병일 뿐이기에 중독이 의심되면 신속하게 상담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독이 심각해지면 본인과 가족이 큰 고통을 겪고 이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