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카르페디엠 콘서트. 서울 튜티앙상블은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콘서트를 진행하며 5월과 12월 장애인이 함께 어울리는 무대를 마련하고 있다.
“손을 잡으면, 마음이 전해져요. 손을 잡으면, 사랑이 느껴져요.”
장애인들로 구성된 서울 잠원동본당 엔젤스합창단원들이 선생님과 신부님의 손을 잡은 채 목청껏 ‘손을 잡으면’ 노래를 불렀다. 다소 어눌한 발음과 음정·박자였지만 단원들 표정은 자신감으로 환했다.
관객들의 박수와 환호 소리에 힘입어 마지막 곡 제주민요 ‘너영 나영’을 부를 때는 더욱 우렁찬 목소리가 됐다. 박수로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과 합창단원들은 어느 새 하나가 됐다.
12월 7일 오후 7시30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는 매월 첫째 주 수요일 서울튜티앙상블(대표 겸 예술감독 김지현)이 마련하는 ‘휴(休)’콘서트 시리즈 ‘카르페디엠(Carpe Diem)’이 열렸다.
매달 선보이는 콘서트이지만 이날은 조금 특별한 시간으로 준비됐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청소년·청년 음악가들이 음악으로 어우러지는 날이었다.
발달장애 상태인 김동호(은평대영학교)군의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K.311중 1악장’으로 시작된 콘서트는 쇼팽의 ‘화려한 왈츠’, R.V. 윌리암스의 ‘푸른 옷소매 환상곡’, ‘캐롤 메들리’ 등의 주옥같은 곡들이 플루트·클라리넷·트럼펫·호른 등 다양한 악기 선율에 실렸다.
엔젤스합창단과 함께 멀티악기 연주자 권병호씨와 피아니스트 손승혜씨, 국방대 오케스트라 단장 문장렬 교수 등이 특별 출연해 연주자들의 공연에 힘을 실었다.
발표에 나선 9명 청소년·청년들 중 6명이 시각장애, 발달장애 등을 안고 있었지만, 연주 무대에서는 차이를 구분할 수 없었다. 그저 같은 음악도로서 그간 연마한 노력을 관객들과 나누는 열정이 함께 할 뿐이었다.
카르페디엠 공연 중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연주하는 무대는 매년 5월과 12월 두 차례 마련된다.
2010년 카르페디엠이 시작될 때부터 기획된 자리였다. ‘같이 살아가는, 함께하는 세상’에 대한 의미가 컸다. 처음에는 5월에만 한 차례 열렸다가 호응이 커지면서 지금처럼 연 2회 공연으로 늘어났다.
연주를 하는 장애인들의 입장에서 카르페디엠은 ‘고맙고 귀한 기회’다. 트럼펫과 플루트를 전공하는 쌍둥이 임제균·선균 형제의 연주를 4년여 동안 이 곳에서 지켜봤던 어머니 안영희(서울 관악구 신림동)씨는 “연주 기회를 가질수록 자신감을 키워가는 모습이 뿌듯하다”면서 “장애인들이 제대로 된 공연 무대를 갖기 어려운 현실에서 이 자리가 장애인 음악가들이 양성될 수 있는 토대가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지현(소화 데레사·서울 대치2동본당) 대표는 “열려있는 공간에서 장애인들과 비장애인들이 동등하게 공연을 하는 과정을 통해 실력이 늘어가고 서로가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면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의 더 많은 참여를 바란다”고 밝혔다.
※문의 02-395-9356
이주연 기자 miki@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