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영국 전역에서 한 달 동안 열렸던 ‘K-뮤직페스티벌’은 동서양의 클래식 음악이 만나는 한편 우리 전통 악기 가야금과 색소폰의 콜라보레이션 등이 펼쳐지는 등 세계 안에서 국악의 스펙트럼을 넓힌 자리로 눈길을 모았다.
특별히 박경소(엘리사벳·서울 대치동본당)씨의 가야금과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재즈 색소폰 연주가 앤디 셰퍼드의 즉흥적인 연주는 ‘뷰티풀 커넥션’(Beautiful Connection)이라는 제목처럼 동서양 음악과 문화의 아름다운 만남을 이끌어낸 무대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회 가야금산조 및 병창의 전수자인 박씨는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전자 음악과 현대 음악 등의 실험적인 창작 음악을 만드는 연주자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경부터 미국 오스트리아 브라질 등에서 자크 모렐렌바움(Jaques Morelenbaum), 벤자밈 타웁킨(Benjamim Taubkin) 등 세계적인 뮤지션들과 협연하며 가야금의 매력을 전해왔다. ‘세계가 주목하는 가야금 연주자’라는 말이 어색치 않다.
박씨는 국내 뿐만 아니라 유럽과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는 다양하고 꾸준한 시도로 2014년 수림문화재단이 젊은 예술가에게 수여하는 ‘수림문화상’을 수상했다. 늘 새롭게 변신하며 한국 전통 국악기 연주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가 이번에는 갤러리에서 연주회를 마련, 다시 한 번 파격을 시도한다. 두 번째 정규 앨범 ‘가장 아름다운 관계’ 발표에 맞춰 열리는 공연이다.
12월 16~17일 서울 홍릉로 수림문화재단 하정웅 아트갤러리에서 준비되는 공연은 확성을 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가야금 소리가 갤러리의 특유한 분위기 안에서 이색적인 어울림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10살 때부터 가야금을 시작했다. 끊임없는 새로운 도전에 대해서 “21세기의 가야금을 다시 정의하기 위해, 또한 연주자로서 스스로를 다그치기 위해서”라고 말한 그는 “더이상 가야금이 이국적인 전시품이 아닌 세계와 공유할 수 있는 살아있는 악기로 보여지길 바란다”고 했다.
“여러 팝 음악들과 함께 다양한 음악들이 공존하는 요즘입니다. 엄청난 양의 새로운 음악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의 전통 음악은 무엇이 되어가고 있는 것일까요. 많은 국악도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그가 찾은 답은 ‘전통’이었다. “전통은 옛 것을 지키고 보존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계속 변화하며 시간이라는 속성 안에서 시대의 것들이 새롭게 빚어지는 산물인 것 같다”는 그는 아울러 전통과 현대의 공통점을 ‘감성’에서 찾았다. 그것은 세계인과 공감을 나누면서도 우리의 특수성을 드러낼 수 있는 흥미 있는 요소였다.
“만들고 연주하는 곡들은 이러한 내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음악을 통해 전통과 현대의 연장선에 있는 작은 창문을 만나게 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그는 ‘가야금으로 듣는 성가’ 음반을 준비 중이다. 선곡 작업 중인데, 내년 5월경 발매될 예정이다. “신자 분들의 기도와 묵상에 가야금 소리가 도움이 돼 드린다면 기쁘겠다”고 밝힌 박씨는 “신자 음악인으로서 하느님과 더 가깝게 대화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아 개인적으로도 소중한 시간”이라며 환하게 웃어보였다. ※문의 02-332-36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