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는 12월 14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뒤,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인종차별금지 법제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이어 각 종단 대표들은 국내 이주민 실태를 담은 보고서와 성명서를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천주교를 비롯해 개신교, 불교, 원불교 등 국내 4대 종단이 12월 18일 유엔(UN)이 정한 ‘세계 이주민의 날‘을 앞두고, 인종 차별 금지 법제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천주교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전국협의회,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마하이주민지원단체협의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주민소위원회, 원불교 인권위원회로 구성된 4대 종단 이주·인권협의회(이하 4대 종단)는 12월 14일 오후 2시 국회 정론관에서 성명서를 발표, “정부와 국회는 인종차별금지 법률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4대 종단은 ‘이주민 200만 시대, 차별 없는 사회로’라는 제목의 성명를 통해 “한국의 상황은 이주민에 대한 차별과 착취의 정도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으며, 사회적 인식과 정부의 정책이 매우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또 이에 따라 정부와 국회는 “UN 이주민 권리 협약을 즉각 비준”하고 ‘현대판 노예제도’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외국인 고용 허가제를 폐지하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4대 종단은 특히 현재 이주노동자들은 4년 10개월 동안 자발적 직장 이동을 단 한 번도 할 수 없고, 퇴직금도 ‘퇴직 후 14일 이내’가 아니라 ‘출국 후 14일 이내’에 받을 수 있는 규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5인 미만 농업 기업 노동자들은 산재 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4대 종단은 또 여성가족부의 ‘2015 전국다문화가족 실태조사’를 인용, “전체 다문화가정의 40.7%가 차별을 경험했고, 편견과 차별로 인해 한국서 어려움을 느낀다는 비율도 38.3%에 달했다”면서 “이는 다문화가정 역시 사회적 편견과 차별에 크게 노출돼 있음을 보여 준다”고 밝혔다.
주교회의 국내이주사목위원회 총무 이상민 신부는 “아기 예수, 성모님과 요셉 성인이 모두 이주민이었듯이 이주민들은 더 이상 남이 아니라 우리”며 “정부와 국회는 인종 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하라”고 촉구했다.
4대 종단은 기자회견 후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 인종차별금지 법제화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정세균 의장은 이에 관해 “고용허가제의 경우에는 제정된 지 이미 10여 년이 지났으므로 변화된 상황에 맞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면서 “국제 사회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에 의하면, 6월 말 현재 국내 체류 외국인 수는 처음으로 200만 명을 넘어섰고 이러한 추세라면 5년 뒤에는 그 수가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UN은 1990년 12월 18일 “UN 이주민 권리 협약(‘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 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을 채택했다. 이 협약은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강제노동 금지, 국외 추방 제한, 주거 선택의 자유, 노조 설립 보장 등 자유권, 노동권, 사회권을 거주국 국민과 동등하게 규정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전 세계 47개국이 비준했지만, 한국은 아직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