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송년특집]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결산
하나 둘 모인 나눔의 손길… 이웃에게 삶의 희망 전해
경기침체와 어수선한 시국에도
나눔의 가치 실천에 앞장서며
어려운 이들에게 도움의 손길
11명에게 총 4억 원 넘는 성금
올해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아픔을 호소하는 목소리들이 넘쳐났다. 모두가 주님의 손길이 필요한 곳들이다. 경제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달아 노동자들은 구조조정으로 인한 불안에 떨고 서민들은 내수 침체로 졸라맬 허리띠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이런 가운데서도 촛불로 어둠을 밝히고 온기를 지켜온 우리 사회는 배려와 존중, 나눔이라는 기치를 들고 희망의 불씨를 꺼트리지 않고 있었다. 본지는 인터넷 홈페이지 공지 등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추천받았고 그들의 사연을 소개함으로써 사랑의 불씨를 지펴왔다.
올해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를 통해 소개된 사연은 총 11건. 현재 기금을 모금 중인 자이로스군(12월 11일자)을 제외하고 지난해 연말 성금을 전달한 이국이(12월 31일 3818만5648원)씨를 포함해 11명의 이웃에게 총 4억676만1633원의 성금이 전해졌다.
어렵지만 도움의 손길을 늦추지 않은 은인들의 모습에 그리스도의 사랑이 투영된다. 독자들은 나눔이라는 가치를 마음에 품고 실천하고 있었으며 도움을 받은 이웃은 희망이라는 가치를 마음에 품을 수 있게 됐다. 이것은 또한 ‘사랑은 나눌수록 커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가 됐다.
■ 새롭게 펼쳐진 삶
궂은 일 마다 않고 혼자 아들 둘을 키우며 성실하게 살아왔던 장경우(가명·에릭·64·본지 5월 15일자)씨. 갑작스레 찾아온 간세포암종(간암)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수술이 엄두가 나지 않던 장씨는 본지에 사연이 소개된 뒤 삶을 새롭게 살 수 있게 됐다.
간이식수술이 꼭 필요했지만 수천만 원에 이르는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던 장씨는 독자들의 성금으로 무사히 수술을 마치고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둘째 아들이 기증자로 나서 간이식 수술을 받았고 현재 정기적인 외래검진을 받으며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 아버지에게 간을 기증한 둘째 아들도 건강을 회복해 군복무를 무사히 마쳤다. 또한 취업에 성공해 직장에 잘 다니고 있다는 기쁜 소식도 전했다.
장씨는 “지금도 잊지 않고 도움 주신 분들을 위해 늘 기도하고 있다”면서 “이루 말로 다 표현 못할 만큼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다.
본인과 아들의 병마로 고통받던 김정민(가명·마태오·41·본지 2월 28일자)씨는 이제 새로운 삶을 꾸리며 행복하게 살고 있다. 자신의 간경화와 아들의 뇌전증으로 고통스런 삶을 이어가던 김씨는 학교 운동회에서 아들과 손잡고 달리고 싶다는 소망 하나로 절망적인 상황을 버텨왔다. 김씨의 사연이 본지에 소개된 뒤 그는 아내의 간을 이식받고 건강을 회복했다. 아울러 다니던 직장에도 계속 다닐 수 있게 돼 여간 다행한 일이 아니었다.
김씨의 아내 권미정(가명·라파엘라·39)씨는 “많은 분들이 도와주시고 기도해주셔서 기적 같은 1년을 보냈다. 너무도 행복하다”고 했다. 아울러 “도와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늘 잊지 않고 기도하고 있다”며 기쁨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 국적을 넘어 울리는 사랑
본지 4월 10일자에 사연이 소개된 네팔 소녀 카니스카 샤캬(Kanishka Shakya·4)양의 아버지 트리라트나 샤캬(Triratna Shakya)씨는 한국의 은인들에게 거듭 감사 인사를 전했다.
심장 내 판막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심부전과 폐동맥 고혈압 등으로 생명이 위독했던 샤캬양은 한국 은인들의 도움으로 지난 2월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두 번의 심장 수술을 받고 고향인 네팔로 돌아갔다. 또래 친구들처럼 뛰어 노는 건 고사하고 일어서는 것도 힘들었던 샤캬양은 현재 건강을 회복하고 친구들과 함께 밝은 얼굴로 생활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샤캬양은 수술 뒤 건강해진 모습을 사진에 담아 한국에 보내오기도 했다.
자녀의 학비를 벌기 위해 2006년 필리핀에서 홀로 한국에 왔던 레티(본지 7월 24일자)씨. 가족을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묵묵하게 일하다 뇌출혈로 수술을 받았던 레티씨는 수술비가 없어서 막막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수술 뒤 의식이 돌아오지 않아 주변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본지에 사연이 소개된 뒤 성금이 답지해 레티씨는 계속 치료를 받을 수 있었고 건강이 많이 회복돼 필리핀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다는 의사표시를 할 정도가 됐다. 레티씨를 치료했던 부천성모병원은 레티씨가 필리핀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주선해 레티씨는 현재 필리핀에서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신장이식 수술 뒤 급성빈혈 증세가 나타나 다시 신장이식수술을 받아야 하는 15세 몽골 소년 지구어(본지 6월 12일자)군. 다행히 지구어군에게 신장 공여자가 나타나 신장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12월 6일 인도로 건너가 수술을 받은 지구어군은 현재 회복 중에 있으며 비행사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성금을 전달받을 당시(본지 7월 10일자) 지구어군의 어머니 바트치맥(41)씨는 “외국 사람인 우리 지구어를 위해 이렇게 큰 정성을 모아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한 바 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주희(그레고리오·50·인천 한국순교성인본당)씨의 남매 홍효민(안젤라·중3)양, 홍형민(요셉·초6)군은 중증 다발성 골연골종을 앓고 있다. 완치의 기약이 없는 큰 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남매와 가족의 사연은 본지 1월 10일자에 소개됐다. 이들 남매가 앓고 있는 중증 다발성 골연골종은 장기적인 수술과 치료가 필요해 남매는 지금도 수술과 치료를 계속 받고 있다.
나타나엘(가명·43·본지 7월 3일자)씨는 가세가 기운 집안을 일으킬 돈을 벌기 위해 2003년 한국에 왔다. 하지만 부지런히 일을 해 가족에게 생활비를 보내던 나타나엘씨에게 찾아온 것은 얼굴부위 암이었다. 수술을 해야 했던 나타나엘씨는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지만 수술비와 수술 이후의 치료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나타나엘씨의 사연을 접한 본지의 독자들은 정성을 모았고 성금은 나타나엘씨에게 전달됐다. 현재 그는 입원과 통원을 반복하면서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흉터제거 등의 치료를 꾸준히 받으며 완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발성 암으로 고통받는 중에도 홀로 쌍둥이 남매를 키우며 고군분투하던 김가영(가명, 마리아·42·대구대교구 구미 구평본당·본지 11월 20일자)씨.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를 받아야 하기에 카드빚이 늘어가고 생활비와 남매의 학비를 마련하기도 버거웠던 김씨는 독자들의 성금으로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성금을 전달받던 12월 7일, 김씨는 뇌종양이 재발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 동시에 이렇게 용기를 얻고 힘을 낼 수 있도록 해 주시니 오히려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조지혜 기자 sgk9547@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