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9일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에서 열린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세미나에서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가 발표하고 있다.
한국 국민들은 북한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면서도 개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북한인권 문제 개선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는 유엔(UN) 등 국제기구의 활동을 꼽았다.
이 같은 결과는 북한인권정보센터(이사장 이재춘)가 지난해 11월 28~30일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무선전화 708명, 유선전화 292명)을 전화조사 해 나왔다. 조사 결과의 객관성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남녀, 연령, 지역, 이념성향(진보, 중도, 보수), 가구소득별 인원을 안배한 것이 특징이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이 결과를 바탕으로 단행본 「2016년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를 발간하고 지난해 12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 센터포인트 빌딩 지하 1층에서 ‘북한인권에 대한 국민인식조사 세미나’를 열었다. 북한인권 정책개발과 이에 대한 정부의 성과 평가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한 이번 세미나는 윤여상(사도 요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의 사회와 김춘석 한국리서치 이사의 발표로 진행됐다.
북한인권 문제가 ‘심각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94.1%에 달해 국민 대다수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었다. 2015년 심각하다고 응답한 91.1%보다도 3%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북한인권 개선상황에 대해서는 ‘나빠지고 있다’가 45.8%로 절반에 가까운 반면 ‘개선되고 있다’는 6.9%에 불과했다. 39.8%는 ‘변함없다’고 응답했다. 특히 ‘나빠지고 있다’는 응답은 2015년 27.5%에서 2016년 45.8%로 급격히 높아진 것이 눈에 띈다. 이에 비해 ‘개선되고 있다’는 2015년 13.5%에서 2016년 6.9%로 떨어져 대조를 이뤘다. 북한인권 개선 가능성에 대해서도 ‘개선될 가능성이 없다’는 응답이 2015년 63.3%에서 2016년 74.4%로 증가했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응답은 30.3%에서 20.7%로 낮아졌다.
한국 국민들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을 공통적으로 지적하면서 북한인권 문제에 보편적 인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입장이 71.7%나 됐다. 북한 내부 문제이므로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는 21.8%로 소수였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구체적 방법론과 관련해, 북한인권 개선의 주체로는 북한 정부와 남한 정부를 꼽은 비율이 각각 27.3%, 25.4%를 차지했고 유엔이 15.6%, 국제인권 단체가 15.2%로 뒤를 이었다. 북한인권 개선에 가장 효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단체로는 유엔 등 국제기구(41.9%)를 선택했다. 남북한의 북한인권 대화는 20.3%에 그쳐 국민들은 남북한 당국을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우선적인 주체로 보면서도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했다.
지난해 3월 북한인권법이 국회를 통과한 결과에 대해서는 ‘만족한다’가 48.2%로, ‘만족하지 않는다’ 31.2%보다 높았지만 북한인권법이 북한인권 개선에 ‘효과가 없을 것’이란 응답이 60.4%로 ‘효과가 있을 것’ 31.1%보다 배 가까이 높게 나와 북한인권법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 세미나에서 북한인권을 바라보는 인식은 진보와 보수 이념 성향과 일정한 연관성이 없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세미나 토론에 나선 한기홍 (사)북한민주화네트워크 대표는 “국내에서 북한인권 문제가 정파적 이익을 좇아 정치적으로 해석되거나 왜곡되고 있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북한 정치범 수용소 관리인(감시자) 출신 탈북자인 안명철 엔케이워치 대표 역시 토론자로 나와 “저는 북한인권 가해자 입장에서 남한에 들어와 북한인권 실상을 체험한 대로 말했지만 한국 언론과 정치권은 자기들 마음대로 내 말을 해석했다”고 밝혔다.
박지순 기자 beatles@catimes.kr